올 해를 잊기 전에 몇 마디 적어봐야지. 올해는 다시 직장을 다녔고 다시 경기도로 이사를 왔다. 2/3만큼 서울에서 지내다 햇빛이 좋은 지금 집으로 왔다. 바람이 좋았던 마포구에서 보낸 여름도 좋았고 가을이 시작하면서 이사온 이 곳의 푸르름도 좋다. 5월에 한 번, 10월에 한 번 해외 출장을 갔고 거의 매달 빠짐없이 출장을 갔다. 서방과 내 생일엔 뭘 했는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결혼기념일도 겨우 출장을 피해 함께 있었던 기억이 난다. 9월에 일찍부터 예약해둔 제주도로 늦은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크리스마스 이브엔 아직도 새로운 잘 모르는 우리 동네에서 조개전골에 술 한잔을 나누고 밤 늦게 심야영화를 보았다. 마치 2011년 첫 크리스마스 이브처럼. 기억력이 안 좋아서 세세한 건 기억나지 않지만 올 ..
다윗의 아들로서 예루살렘의 임금인 코헬렛의 말이다. 허무로다, 허무! 코헬렛이 말한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태양 아래에서 애쓰는 모든 노고가 사람에게 무슨 보람이 있으랴?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지만 땅은 영원히 그대로다. 태양은 뜨고 지지만 떠올랐던 그곳으로 서둘러 간다. 남쪽으로 불다 북쪽으로 도는 바람은 돌고 돌며 가지만 제자리로 되돌아온다.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흘러드는데 바다는 가득 차지 않는다. 강물은 흘러드는 그곳으로 계속 흘러든다. 온갖 말로 애써 말하지만 아무도 다 말하지 못한다. 눈은 보아도 만족하지 못하고 귀는 들어도 가득 차지 못한다. 있었던 것은 다시 있을 것이고 이루어진 것은 다시 이루어질 것이니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 "이걸 보아라, 새로운 것..
막으면 막아지고 닫으면 닫히는 것이 마음이라면, 그러면 인간은 얼마나 가벼워질까. 그 모든 것들이 혜인에게 위안을 줬다. 사람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행복이 얼마나 위태롭고 위험한 것인지 여자로부터 배운 셈이라고 혜인은 종종 생각하곤 했다. 사람은 그런 식으로 쉽게 행복해질 수 없는 법이라고. 1호선 열차를 타고 통학을 하던 때가 기억났다. 열차가 한강을 지날 때면 어쩔 수 없이 여자가 떠올랐고, 그리웠다. 그 마음과 애써 싸웠던 적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혜인는 그리운 감정이 들이칠 때면 그냥 그것이 밀려오도록 내버려뒀다. 그립구나. 내가 여자를 그리워하는두나,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숙모는 숙모지. 혜인은 그렇게 말하고 여자 쪽으로 다가갔다. 내 숙모지. 여자의 곁에 붙어 앉은 혜인의 머리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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