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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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 타고 명동가서 빨간버스 타고 집으로 가는 먼 길. 참 오래도 다닌 길. 여러 번 집이 바뀌는 동안, 다양한 노선의 버스를 타고 참 많이도 오갔다. 어릴 때는 모르는 게 많아서 다행이었던 것 같다. 천진난만하다고 할까, 삶의 이면을 모른 체 우울하거나 꿉꿉하거나 움추러들지 않고 잘 마른 빨래처럼 건강하고 빳빳하게 키워준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된다. 왜 몰랐을까, 참 알다가도 모를 일. 딱 하루, 할머니가 입원한지 벌써 35일째 인데 딱 하루 밤을 할머니하고 엄마하고 같이 잤다. 처음이라 할머니 숨소리, 할머니 코소리, 신음소리, 할머니 몸에 붙어있는 수많은 기구들의 소리, 침대 에어매트 소리 그 온갖 소리들에 둔한 나지만 푹 잠들 수가 없었다. 소리가 없으면 없는대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
2015년 1월 4일 토요일 홍제동 운동을 다닌지 6개월 째, 안그래도 자주 가는 동네긴 하지만 운동을 다니고나서는 더 자주 가고 있는 동네. 지하철도 버스도 세 정거장. 가까운 것 같지만 산골고개가 있어서 걸어서 다니기엔 꽤 먼 동네. 언젠가 사라질 것들을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침 사는 동네도 빈티지하고,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고 그 세계로 넘어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인생의 어떤 한 시기와 작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 물론 그것은 나의 선택이기도 하고 바람이기도 했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 처럼, 12월 31일과 1월 1일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지만 해가 바뀌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어느 학교를 갈지는 점수가 정해져있으니까 선택의 폭이라는 게 크지 않지만 뭐, 전공도 마찬가지고 ..
10월 2일. 흐린 오후의 잔잔한 바다. 눈이 편안한 색이다. 바람은 따뜻하고 몸은 가볍고 마음도 좋았다. 아무리 봐도 그 좋음과 평온함이 사진 속에 다 담기지는 않는다. 온화한 바람과 온화한 사이. 커텐을 걷어보니 오늘은 하늘이 맑다. 맑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초록 초록. 선명해서 눈이 시원해진다. 강원도는 물이 맑은가보다. 언젠가 언니가 다녀온 봄 바다 색이 참 예뻐서 가고 싶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오게 되었다. 흐린 날도 예쁘지만 역시 쨍하니 더할 수 없이 아름답구나. 따뜻한 모래. 맑은 하늘, 찐한 파랑, 물색, 에메랄드색. 좋은 파랑 파랑들. 다른 바다로 왔다. 뭐라고 해야할까 굉장히 육지에 가까운, 갑자기 바다가 펼쳐진 느낌. 맑은 하늘이 잠깐 보여서 바다가 더 새파랗게 보였다. 새로운 바다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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