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를 잊기 전에 몇 마디 적어봐야지. 올해는 다시 직장을 다녔고 다시 경기도로 이사를 왔다. 2/3만큼 서울에서 지내다 햇빛이 좋은 지금 집으로 왔다. 바람이 좋았던 마포구에서 보낸 여름도 좋았고 가을이 시작하면서 이사온 이 곳의 푸르름도 좋다. 5월에 한 번, 10월에 한 번 해외 출장을 갔고 거의 매달 빠짐없이 출장을 갔다. 서방과 내 생일엔 뭘 했는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결혼기념일도 겨우 출장을 피해 함께 있었던 기억이 난다. 9월에 일찍부터 예약해둔 제주도로 늦은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크리스마스 이브엔 아직도 새로운 잘 모르는 우리 동네에서 조개전골에 술 한잔을 나누고 밤 늦게 심야영화를 보았다. 마치 2011년 첫 크리스마스 이브처럼. 기억력이 안 좋아서 세세한 건 기억나지 않지만 올 ..
수능 시험이 끝난 밤이다. 내 인생에 있어서 수능은 그렇게까지 큰 행사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큼 수능 날은 기억이 생생하다. 다음 날이 수능이라고 학교에서 일찍 집에 보내줬는데 집에 돌아와 빌라 앞 정자 같은 데 앉아서 초코렛을 먹었던 것 같다. 이렇게까지 긴장감이 없는 수험생이었다니.. 그 날은 기모가 얇게 들어간 곤색 DKNY 츄리닝을 입었다. 교복을 입고 학교에 오는 애들을 보면서 '아, 교복 정말 불편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다. 게다가 맨 뒷 자리여서 꼭 재수생 같아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공부 많이한 다음 날 머리를 안감는다던지, 그때 입었던 옷을 입어야한다던지 하는 세세한 징크스는 없었지만 고3 시절 매일 깔고 앉았던 방석을 품에 안고 엄마가 싸준 도시락과 포도 쥬스가 담긴..
이틀 전 저녁은 몸이 너무 안좋았다. 계속 토하고 힘이 들었다. 어제도 열 시간 넘게 자고 일어나도 몸이 안 좋았다. 그래서 집에 오는 이른 저녁에 신랑에게 그 얘길 듣고도 믿기지 않고 멍했다. 일어나서 또 토하고 울렁거리는 위와 목 구멍을 진정 시키면서 엄마아빠가 있는 집에 갔다. 나에게는 신랑이 있고 우리가 함께 사는 집이 있는데도 엄마 아빠가 식사를 하고 티비가 틀어져있는 작은 집에 가니 안도감이 들었다. 우리 집엔 없는 티비를 멍하니 뉴스를 계속해서 봤다. 몇 번 이고 채널을 돌려도 조금 있으면 종현이 이야기가 나왔다. 아마도 반복해서 보다보니 더 생각하게 된 거 겠지만 나보다 어린 사람이 사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 죽었다는 게 마음이 몹시 아팠다. 구월부터 지금까지 올해 새로 만나 친해진 동..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 루카 19, 22
결국에는 남을 믿지 못하게 됨으로써 자신을 망가뜨려갔다. 첫사랑이었기에 마음의 크기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몰랐었다. 이 문장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표현한 저 배우의 저 천연덕스러움에 빠져들었다. 사랑하면 마음이 매이고 몸이 매인다. 잘해보려고 할 수록 엉망진창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잘 되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 한 사람과의 경험이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진 않다. 다만 점점 더 나를 알게 되서 나에게 이 사람이 필요하다면 놓치고 싶지 않을 때, 스스로를 제어하거나 끝이라고 생각해도 그 끝까지 갈 수 있도록 되는 게 사랑의 경험이 아닐까. 약간씩 어긋나는 순간들. 누군가의 뒤에 서있는 모습, 나와 너무 다른 그 사람의 풍경, 나를 사랑하는..
무언가 바뀌는 시기가 언제일까, 떠나오면 막연히 조금은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그렇게 되가는걸까? 정확히는 조금 더 변화가 확실히 느껴지고 제대로 된 나의, 우리의 일을 하고 싶지만 여전히 막연한 상태인 것 같다. 시간을 가지고 생각하는 중인걸까. 사실 생각이라는 걸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매일이 빠르게 지나간다. 일을 그만두고 결혼을 하고 벌써 6개월 째니까 슬슬 조금 더 구체적이 되야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아주 조금 나도 모르게 조바심이 든다고 해야할까, 아니, 정확히는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조금 더 즐거워지고 싶다.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하고 즐거울 수 있다면 좋을텐데. 3개월의 성과라고 한다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빵은 해봤더니 재미있지만 무턱대고 학교에 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
저런 말 조차 고민하는 사람들을 감동하게 만드는 하나의 프레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저런 말은 일생에 한 번만 듣는 것도 아니고 상당히 많은 사람이 듣고 싶어하는 말이고, 듣고나서도 달라지는 게 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하는 입장에서는 에둘러 저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건 구체적으로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없으니까. 일반론으로는 사람을 구원할 수 없다. 하지만 나 말고도 세상에 많은 사람이 자유를 원하고 무언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그 구체적인 실행은 결국은 본인이 할 수 밖에 없다.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인생을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닐까. ..
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축 처진 어깨를 하고 교실에 있을까 따뜻한 집으로 나 대신 돌아가줘돌아가는 길에 하늘만 한 번 봐줘 손 흔드는 내가 보이니웃고 있는 내가 보이니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노란 나비가 되었어 다시 봄이 오기 전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주렴 꽃들이 피던 날 난 지고 있었지만 꽃은 지고 사라져도 나는 아직 있어 손 흔드는 내가 보이니웃고 있는 내가 보이니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노란 나비가 되었어 다시 봄이 오기 전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 루시드 폴 신곡을 기대하고 들었는데 역시 후회가 없다. 참 좋다 하고 있었는데 사촌언니가 뮤직비디오와 히스토리를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참 슬프다. 황량한 제주도가 참 어울린다고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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