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까지만 해도 캥거루도 보러 다녀오고 시티도 구경하고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데이오프를 보냈는데 이번 주는 아마도 피로가 쌓였었는지 늦잠, 동네, 늦잠, 옆동네, 늦잠, 집. 이렇게 마무리했다. 일요일엔 흐리고 비가 왔다. 빗소리를 들으며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 신랑이 차려주는 점심을 먹고 무척 마음에 드는 수영복을 아주 우연히 싸게 사서 기분이 좋았다. 느즈막히 한인성당에 다녀왔다. 신랑은 요즘 요리에 부쩍 재미를 붙이고 있다. 손에 습진이 생겨서인지 집안일도 도맡아 해주니 참 고맙다. 늘 여유롭게 지내고 있지만 쉬는 날에 무언가 하지 않고 지내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미사였고, 오랜만에 또 한국말로 말씀을 들으니 좋았다. 공교롭게도 부활과 승천 대축일에 미사를 가서 그런지 부활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가을이 왔다. 얇은 기모 후드티를 입고 나갔을 때 몸에 와닿는 바람의 서늘함이 딱 기분 좋은 계절! 언제나 계절이 바뀔 때 즈음 느껴지는 쓸쓸함과 기대감 같은 게 좋다. 6개월 이라는 시간 동안 여름만 살았기 때문에 얼른 니트도 입고 싶고 가디건도 입고 싶어서 그렇게 가을을 기다렸건만 가을겨울 옷이 하나도 없는 우리는 추워지면 곤란하다 T_T 어머님이 어제 한국에서 선편으로 가을 겨울 옷을 보내주셨고 엄마 편으로 난방 텐트하고 온수 매트를 받으려고 한다. 아, 겨울 준비를 한다고 보리차를 끓이고 옥수수를 삶아 먹으면서 둘 다 추위를 많이 타는 우리는 어제부터 급격히 추워져서 난방 용품을 급히 찾아보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서늘한 건 물론이고 자는 내내 코와 목이 쎄한게 수면양말을 신고 자야하는 날씨가 됐..
금요일이다. 일을 시작한 지 꼭 한달이 되었다. 네 번의 목요일을 지나면서 이제 드디어 조금 일에, 피곤함에 적응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만큼 피곤해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도 그랬고 지난 주만 해도 수요일부터는 서서히 방전되서 월화와 목금의 작업 시간 차가 한 시간씩 났었는데 이제 거의 비슷하게 마무리 할 수 있어서. 하지만 어제, 오늘 이틀 연속으로 근무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오늘은 버스에서 둘이 머리를 부딪혀 가면거 자다가 집에 오자마자 십분만 누워있자 하다가 깜빡 잠이 들어서 눈을 겨우 떠보니 깜깜 밤이 되었다. 화장을 지워야한다는 생각으로 물먹은 휴지같은 몸을 이끌고 일어났다. 시장 본 걸 냉장고에 넣는 것도 잊고 있었다. 당근과 시금치, 연어가 비싸서 대신 직접 만들어서 신선해보이는 냉장..
오늘은 11월의 첫 날. 새로운 달이 오고 간다는 실감은 전혀 없었지만 집에 돌아와 일기를 쓰려고 보니 새로운 달이다. 버스를 타고 명동을 지나는데 어느 새 백화점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다. 2016년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보게 될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11월의 실업급여는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여름 나라에 갈거라 가을, 겨울이 없는 올해를 보낼 거 같아서 서운했는데 일정도 밀리고 날씨도 빠르게 추워졌다. 덕분에 여름이 그립기도 하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해 더욱 긍정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춥기도 춥고 우리 동생도 보고 싶어서 오늘은 신랑과 친정에 다녀왔다. 엄마랑 동생이 산책 중에 데리러 나와주어서 편하게 갔고 아빠는 작업실에 가서 늦게 오는 바람에 우리 넷이 동네에 맛있는 족발을 먹었다. 입..
우리가 제주도로 결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결혼하고 해외에서 생활할 것이기 때문에 신혼여행으로 멀리 다녀오는 것은 피곤했다- 국내에서 처리할 일들도 있었고 - 더불어 해외에 나갈 때까지 한국에 지낼 독립된 집이 없었다 - 시댁에서 계속 살자니 안살아봤지만 불편할 거 같고 - 서울에서 단기 렌트를 하자니 비쌌다, 새로울 것도 없고. - 그렇다고 각자 살던 집에서 따로 살자니 이건 결혼한 의미가 없는 거 같고 - 그래서 신혼여행 기간이 길어졌고 - 가을 제주도가 참 좋다더라 하고 결정했다- 운전 연수가 필요했다 제주도가 주는 메리트 - 국내기 때문에 공인인증서, 핸드폰 등 뭐든게 가능했다 - 음식이 잘 맞고 말도 통한다 - 요즘 한달 살기가 유행이라 정보가 많았다 - 너무 도전적인 모험은 아니었다 (로..
긴 그림자는 돌아가야 할 때를 알려주는 해세계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돌아간다는 것은 정리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과 같지요. 조금씩 습도도 낮아지는 때가 되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 사방에 흩뿌려 놓았던 흔적들을 해시계 아래로 모아, 더러 슬픔으로 남아 있는 것들은 햇볕 잘 드는 곳에 오래 걸어놓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아직 눅진한 것이 내 삶에 남아 있다면 그것도 바람에 깨끗하게 말리고 싶습니다. 가을에는 햇볕과 바람에 불편한 마음을 맡겨도 좋으니까요. -나를 위한 하루 그림, 선동기. 아트북스.
11월은 역시 겨울이 시작되는 마지막 가을, 무척이나 쨍한 날씨가 참 좋다. 그 공기의 팽팽함과 굴절없는 태양. -베를린
순화동. 동아일보 앞, 플레이져플레이스 옆. 여기까지는 와보는 길이고 이 고가는 이대갈때 늘 오르던 길이고 옆으로 서대문은 또 애들 만난다고 걸은 적이 있는 길이었는데 여기에 이런 풍경이 있었을 줄이야. 약현성당에서 나와 비개인 길을 걷다보니 기차길이 나왔다. 멈춤 표시에 가만히 서있는데 기차까지 날쌔게 지나친다. 와, 이 우주적 풍경은 뭐람. 새로운 길을 걸을 때 내가 모르던 길을 발견했을 때 거기가 마음에 들 때 두근거린다. 그 풍경이 너무 좋다. 오늘은 비가 많이 왔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을 때도, 몸에 감싸이는 바람이 한결 차가워짐을 느낄 때도 참 좋았다. '그래, 이렇게 비가 와야 여름이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야 가을도 오지. 하지만 아직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못한 일이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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