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 출판된 후에,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게 소설이라면, 나도 그 정도는 쓸 수 있다.”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그 작품이 소설로 통용된다면, 누구나 그 정도는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적어도, 그런 말을 한 사람 어느 누구도 소설을 쓰지 않았다. 아마 써야 할 필연성이 없었던 것이리라. 필연성이 없으면 ㅡ 가령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해도 ㅡ 아무도 소설 따위는 쓰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썼다. 그것은 역시 내 안에 그럴만한 필연성이 존재했다는 뜻이리라.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열림원. 김난주 옮김.
"우리 모두는 온갖 것들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 이윽고 에리가 입을 열었다. "하나의 일은 다른 여러 가지 일들과 연결되어 있어. 하나를 정리하려 하면 어쩔 수 없이 다른 것들이 따라와. 그렇게 간단하게는 해방될 수 없을지도 몰라. 너든, 나든." "물론 간단히 해방될 수 없을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해서 문제를 얼렁뚱땅 내버려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기억에 뚜껑을 덮어씌울 수는 있다. 그러나 역사를 숨길 수는 없다. 내 여자 친구가 한 말이야." "나에 대해서는 이제 마음에 두지 마. 난 그럭저럭 가장 위험했던 시기를 이겨 냈어. 밤바다를 혼자 헤엄쳐 건널 수 있었어. 우리는 제각기 있는 힘을 다해 각자 인생을 살아왔어. 그리고 긴 안목으로 보면, 그때 혹시 잘못 판단하고 다른 행동을 선택..
1. 나이를 먹는 것은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나이를 먹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 누구나 나이는 먹는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어느 한 시기에 달성해야 할 무엇인가를 달성하지 않은 채로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2. 하지만 나는 마흔살이란 하나의 큰 전환점이어서,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무엇인가를 두에 남겨 두고 가는 때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단 그런 정신적인 탈바꿈이 이루어지고 난 후에는 좋든 싫든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시험해 보았지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으니 다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갑니다, 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세월이란 앞으로만 나아가는 톱니바퀴라고 나는 막연히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정신적인 탈바꿈이란 ..
누구나 한 아름씩 문제를 끌어안고 있는 것 같다. -1973년의 핀볼, 무라카미 하루키.
12월의 거리에는 계절 특유의 독특한 활기가 넘쳤고, 역 앞의 쇼핑센터는 두툼하게 차려입은 손님들로 붐볐다. 온화한 겨울 날 오후였다. 햇빛은 선명하고, 잡다한 소리들은 보통 때 보다도 짧고 또렷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태엽감는새, 사람은 누구나 태엽 감는 새, 무라카미 하루키- + 굉장히 좋아하는 문장. 벌써 한 참 전에 읽은 책이고 그 줄거리도 기억나지 않지만 이 문장만큼은 일 년에도 몇 번이고 떠오른다. 이 문장을 읽을 때, 이 문장을 생각할 때면 12월의 거리와 사람들의 기분좋은 북적임이 단박에 그려진다.
"그렇게 즐거운 인생을 살지 못했어. 미인인 데다 음악적인 재능을 풍부하게 타고났는데, 비참하게 죽고 말았어." 그렇게 두세 줄로 시로의 인생이 정리되어 버리는 데 대해 쓰쿠루는 약간 거부감을 느꼈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마도 시간 차 같은 게 있을 것이다. 쓰쿠루가 시로의 죽음을 안 것은 최근 일이고 아카는 그 사실을 알고 6년이라는 세월을 살았다.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겸손은 아주 좋은 미덕일 수 있겠지만 나한테는 안 어울려. 정말로 솔직하게 말해서 난 정말 눈에 안 띄는 존재였어. 학교라는 시스템에 별로 안 맞았던 것 같아. 선생님한테 귀염을 받은 적도 없고 후배들이 동경하지도 않았어. 남자 친구는 그림자도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고, 끈질기게 돋아나는 여드름 때문에 고민도 했지. '왬!(W..
취재할 때 필자가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증언자의 개인적인 배경이었다. 어디서 태어나서 어떻게 자랐고, 어떤 취미가 있고,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어떤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특히 직업에 대해서는 꽤 구체적으로 물었다.그런 증언자의 개인적인 배경 취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명확히 부각시키고 싶어서였다. 거기에 존재하는 한 인간을 '얼굴 없는 많은 피해자 중의 한 사람' 에 그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업적인 작가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종합적이고 개념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딱히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체적인ㅡ교환 불가능한ㅡ존재양태에 대해서만 흥미를 느낀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
- Total
- Today
- Yesterday
- Days for Tripper
- I LOVE THAT!
- Old Document
- 녹차와 양갱의 나날
- COSMIC GIRL
- 맹물다방 maengmul.com
- 삐삐
- Chez moi
- Yujin's Organic Food Table (Th…
- 빈꿈 EMPTYDREAM
- 심심책방
- 소소한 테이블
- Francophile ou Francophobe ?
- Lifelog of YJ
- you may have it? - fashion blo…
- 하쿠나마타타
- 유년기의 끝
- 윤화비의 우유같은 다락방
- 케이의 일본생활
- 토종감자 수입오이의 세계여행
- 언젠간 먹고 말거야
- 보심 - 독서와 여행의 수첩
- k a f k a p h o t o . c o m
- 방콕댁 먹고 노는 이야기
- 사진과 이야기 :: 사진과 이야기
- 문학동네
- 책
- 위로
- 태그를 입력해 주세요.
- 아빠
- 여행
- 신랑
- 문학과지성사
- 창비
- 천명관
- 결혼
- 친구
- 박완서
- 무라카미 하루키
- 요시모토 바나나
- 가을
- 모던패밀리
- 김애란
- 마음산책
- 경험
- 삶
- 신경숙
- 시간
- 행복
- 일
- 나츠메 소세키
- 엄마
- 김연수
- 여름
- 사랑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