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약은 맛있다 나는 어린 시절 파리잡기에 평생 쓸 집중력과 담력을 모두 소진해버렸다. 어른이 되어감에 따라 점점 산만해지기만 했다. 여태껏 인생을 살면서 그만큼 열심히 했던 작업이 또 있었던가? 게다가 성과도 좋았다. 다섯 살에는 천재였는데, 스무 살에 보통 이하가 되어버렸다. 칼피스를 싫어하는 아이도 있을까? 마실 때마다 감동했다. 나의 칼피스 사랑은 평생 이어졌다. 지금도 하얀 바탕에 파란 물방울무늬를 보면 기분이 좋다. 칼피스를 마실 때마다 어릴 적 감동이 되살아난다. 어린 시절이 마냥 즐거웠던 건 아니다. 몇몇 행복했던 순간을 칼피스가 여름의 밝은 햇살과 함께 떠오르게 한다. 2. 달님 달은 나를 자꾸만 과거로 데려간다. 달은 보는 것이다. 3. '문제가 있습니다'까지 우리가 앉아 있는 곳에 ..
내가 아는 의학이란 부재였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아버지의 부재. 내 어린 시절 아버지는 늘 새벽에 출근하고 밤늦게 돌아와 식은 음식을 데워 먹었다. 내가 열 살 때, 아버지는 우리(열네 살, 열 살, 여덟 살짜리 남자 꼬맹이들)를 데리고 맨해튼 북쪽의 오밀조밀하고 풍족한 동네인 뉴욕 주 브롱크스빌에서 애리조나 주 킹맨으로 이사했다. 킹맨은 두개의 산맥에 둘러싸인 사막의 계속 도시였고, 외지 사람들은 대개 다른 도시로 가다가 기름이나 넣으러 들리는 곳 정도로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곳의 태양이나 저렴한 생활비(아들들을 전부 원하는 대학에 보내려면 어쩔 수 없었으리라), 아니면 심장병 전문의로 개업할 수 있는 기회에 이끌렸을 것이다. 그날 밤, 어머니는 침대에 홀로 누워 흐느껴 울었다. 빈약한 학교 제도..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사랑이란 믿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생각해.
습설 사람, 질리게 봐온 사람들이다. 검소함과 추레함의 차이, 실제 아는 것과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의 차이, 속 빈 자들의 끝 간 데 없는 기고만장함. 이제껏 살아왔을,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을 어떤 삶을 몇가지 행동으로 읽어내는 것이다. 뽀득뽀득한 삶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실은 그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도 안다. 볼을 벼리는 추위를 참고, 얼어버린 나뭇가지가 된 손가락으로 찍었을 설원의 한 컷을, 난방 잘된 전시관에서 편히 보는 것. 보는 사람. 참 좋군. 폭염 속에서 우연히 본 어느 농가 처마에 달린 고드름 사진. 저긴 참 좋군. 구석에 수년간 작동하지 않았을 혹은 못했을 녹슨 경운기는 보이지 않는다. 다 그렇지. 알고 있었다. 신념에 의한 자발적 가난이 아니라 노력해도 벗어나기 힘든 비자발적 가..
필의 무조건적인 응원과 사랑을 받아 스타트업 투자로 성공한 옆집 아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느낀 것들. 나 역시도 제이나 클레어, 미첼처럼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기 위해서 스스로 더욱 더 공부하거나 노력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게 이성적인거고 필요하다고 요구되었기 때문에. 이 에피소드와 같은 맥락으로 루크가 너무 산만해서 조금은 걱정되어서 의사인가 상담사에게 데려갔던 클레어와 우리 아들은 지금으로도 충분히 멋진 아인데 왜! 라고 말하는 필이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늘 매니를 응원해주는 글로리아의 방식이 좋다. 오냐오냐 하면서 응석을 받아주라는 게 아니라 글로리아는 조금 뚱뚱하고 키가 작은 외형을 가졌지만 그것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대신 지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장점을 가진 매니의 장점을 늘 극대화시킨다..
부모가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구축하는 것과 같다. 부모와 아이가 만나 유쾌하고 따뜻한 멜로디를 창조하기도 하고, 때론 안 타깝게도 불행하고 끔찍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아이와 함께 만들어 가는 일상은 언제나 예측불허이지만 그 일상을 어떻게 채워 가느냐에 따라 아 이와 부모의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기본적인 생존뿐 아니라 애착은 아이의 평생에 걸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엄마와 애착을 형성 했을 때, 아이는 ‘사랑의 확신’을 갖고 ‘신뢰감’을 형성하고 이 세상을 믿는다. ‘내 가 엄마를 필요로 하면 엄마는 나에게 사랑을 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모르는 것 에 대한 불안을 조절하게 하고, 자존감을 향상해준다. 결론적으로 애착은 아이가 태어나서 첫 번째로 ..
남이랑 같은걸 보고 어떻게이렇게다른 생각을 했을까 곡예사. 1914 Frontispiece 51.7*37.8 사랑하는 사람에게 빛날 수 있는 사람 존재 서커스, 한마디로 환상의 재현이며 예술가의 일차적인 소명은 곡예사나 광대처럼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즐겁게 하는 것이었다. 예술사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화가나 광대나 악사 모두 대중에게 기쁨과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에 기반한 것이었다. 서커스 샤갈이 프랑스 문화를 알아가면서 그 안에서 찾고자 했곤 것은 우선 자신과 비슷한 것, 자신의 흥미와 비슷한 것이었다. - 샤갈은 동시대 화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동물들이 철학에 던지는 심오한 질문들을 지속적이고도 유쾌한 방식으로 다룬 인물이었다. 라퐁텐우화 죽음과 나무꾼. 1927죽음을..
"요즘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혹시 이런 질문을 하고 다니는 것도 법으로 금지된 건 아니겠죠?" "어떤 상황 말입니까?" "독일에서 벌어지는 일들, 히틀러와 유대인 문제 말입니다." "내 힘으론 어떨 수 없는 일이라 생각을 안 합니다." "감사합니다." "내 말을 칭찬으로 들으셨군요. 그래서 '감사하다'고 말한 거죠?" "칭찬은 아니지만, 욕도 아니잖습니까? 사람들은 국적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난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온갖 나치당원들의 이름을 줄줄 말했다. 모두 헬가와 내가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헬가와 내가 나치에 열광해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들을 증오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들은 우리의 연극을 사랑하는 열렬한 관객이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중요 인사였다. 그들도 그냥 사람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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