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말씀은 모두 순수하고, 그분께서는 당신께 피신하는 이들에게 방패가 되신다. - 잠언 30,5 예수님이 부활하셨다. 한국에서는 우리 집에서도 엄마에게서만 부활을 느낄 수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미사를 참례하고 전례를 곱씹는 건 엄마 뿐이었으므로. 그렇다고 아빠와 내가 망나니냐 하면 그렇지 않다. 회사에 다닐 뿐이었다. 여기는 나라 전체가 부활절 자체가 휴일이다. 성금요일 부터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가장 기쁜 일주일 중에 하루인 오늘까지. 늘 이렇게 쉬는지 아니면 주중 편의에 따라 금토일월로 쉬는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집 앞 성당은 언제나 열려있었다. 우리는 금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쉴 수 있었는데 금요일에는 성당에 주말만큼 사람이 가득했다. 어제는 부활이기도 ..
아는 사람 거의 대부분의 상처는 아는 이에게 받는다.아는 이에게 받은 상처는모르는 타인의 글과 타인의 사진과, 타인의 노래로위로 받고, 위안 삼는다. 그래나는 너는 우리는타인에게 은혜를 입고 산다.그렇게 입은 은혜를 갚는 방법은우선, 아는 이에게 상처 주지 않는 것이다. -밤삼킨별 + 생각해보면 아는 사람이긴 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상처 주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상처받지 않았구나. 다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불쾌할 뿐. 이제 그를 모르는 사람으로.
어른이 된다는 것은? - 엄마를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것. 남을 배려할 줄 안다는 것.- 자신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것.- 할 일이 있을 때 열심히 한다는 것.- 완전한 사람은 없기 때문에, 잘못을 했을 때 솔직히 시인하는 것.-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 어려운 사람을 보았을 때 도와줘야 한다는 것. -아이건 어른이건 태어난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지켜가며 주변의 사람과 잘 살아가면 되는게 아닐까? 어린이는 해맑아야 하고 어른은 고통을 참아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상깊었던 문구. 엄마를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것. 상처받은 어른이 많아지다보니 어른을 위로해야하는 어린이, 위로하지 못해도 머리로 이해해야 하는 어린이들이 생겨나는구나. 이렇게 상투적으로 어른이된다는 건 이런거다, 라고..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예요. 웃는 돌고래. 아이들의 고민, 생각을 듣고 왜 마음이 아픈지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어린아이들이 스스로의 아픔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서점에 와 책을 읽다 이 책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아주 적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 아이가 이런 일에 대해서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 상처 받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있다고해도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을 아는 부모가, 이 책을 사주는 부모가 있을까. 없지는 않겠지만 굉장히 소수이겠지. 그렇게 열린 부모가 되고 서로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상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하루키 말대로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자기도 모르게 어느 때인가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되버린다. 그것이 인생일지도 모른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
아직 제 손으로 껍질을 까지 못하는 꼬맹이는 식사를 함께한 친구가 꼼꼼하게 깐 포도 알을 받아먹으며 방실거렸다. 포도 껍질을 까 주는 것, 잠시 차에 태워 주는 것. 누구나 주위 사람들의 이런 자잘한 애정에 힘입어 성장하는 것이라. - 바나나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민음사 - 1987년 부터 프로작가로 일했다니 대단한 공력이다. 새삼. 내가 85년에 태어났는데 벌써 전업 작가로 26년이나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쓰고 찍히고 읽히고. 비판은 자못 어려운 일이지만 비난은 쉽다. 단순히 호오의 감정에 대해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물론 나도 내가 중히 여기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슴없이 말하는 결례를 범하기도 한다. 못생긴 연예인은 정말 인정할 수 없어 라던지, 후후. 다시 돌아가서 "우리 삶..
그 광경과, 그것을 보았을 때의 내 기분을 나는 절대 잊지 못한다. 그 후 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의 이면에서 그 충격과 비슷한 것을 감지하게 되었다. 아무리 평화로운 풍경이라도 그 뒤에는 위태로움이 숨어 있으며, 우리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리낌 없이 웃을 수 있음에 신이라 불리는 존재가 결부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중략) 어떤 사람도, 아무리 단단한 일상도, 커다란 힘이 가해지면 한순간에 그렇게 되고 마는 것을 내 눈으로 보았다. - 훗날 엄마를 만날 수 없어 괴로울 때면 늘, 그 우악스럽게 내리누르던 손바닥의 감촉이 되살아났다. 상상 속에서 그 손은 항상 어둠 위에 하얗게 떠서 내 생명이 한 방울도 새어나가지 않도록 강렬하게 빛나고 있다. (중략) 그 손이 포악한 힘으로 나를 되밀었다는 것..
그러지 말고, 가능하면 편애하려고 노력합시다. 모든 걸 미적지근하게 좋아하느니 차라리 편애하고, 차라리 편애하는 것들을 하나둘 늘려가도록 합시다. 편애한다는 건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를 무조건 지지하는 일이예요. 다들 콩커풀을 준비하세요.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싫어합시다. 우리가 이 세상의 판관도 아닌데, 공연히 공정해지려고 반대로 행하지 맙시다. (블라블라) 그런 그가 평생 듣고 싶었던 말은 이 말이었어요. "쓰카다 씨, 사람 고기를 먹은 건 쓰카다 씨만이 아니에요." 살다보면 우리도 가끔 쓰카다 씨와 같은 처지가 됩니다. 그때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위로는 그게 너 혼자만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 음성 자체랍니다. - 깊은 강/ 엔도슈사쿠, 우리가 보낸 순간, 소설. 김연수.
그저 상상할 뿐이지만, 마루야마 겐지가 불안감이 감도는 회사 책상에 앉아 난생 처음으로 소설을 쓰는 그 광경은 애잔하기만 하다. 이건 고시 공부하듯이 절에 들어가 벼랑 끝에 매달린 심정으로 소설을 쓰는 차원과는 사뭇 다르다. 이런 식의 소설 쓰기는 왜 쓰는가라는 질문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블라블라 중간생략 마루야마의 이야기가 아니다.) 머릿속이 얼마나 깐깐하고 복잡한 사람이었던지 결국 신경쇠약에 걸려서 요양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 신경쇠약이니 예전에 읽던 심각한 책은 의사가 읽지 못하게 하는 통에 병상에 누워 가볍게 읽을 만한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해 근 2천 권을 독파했다. 그러고 나서 반 다인이 뭐라고 외쳤던가? 2천 권의 추리소설에는 도합 2천 명의 범인이 나온다, 라고 외쳤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
다양한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은 친구가 다니는 학교에 내가 다니지 않으면 부끄럽다든지, 친구가 대기업에 들어갔으니까 나도 들어가야한다는 생각을 버리자는 말입니다. 21세기에는 획일적인 사고로는 살 수 없고 행복할 수도 없어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무리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일에 자신감을 갖는 편이 훨씬 중요하고 행복하죠. - 후쿠하라 요시하루 처음부터 확고한 신념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블라) 어느 쪽이 밝은 미래를 향하고 있는지, 장래에 어느 쪽을 탁트인 심성으로 인식해야 하는가는 명확합니다. (블라) 생각해보고 올바르다고 판단되면 도전할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들의 상품은 백인에게만 맞는다" 던가, "이 스웨터는 흑인만을 위해 만들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지요. 제조업은 어느 누구라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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