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이 없지는 않지만 그다지 많은 편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지나고 보면 언제나 쓸데없이 많은 걸 끌어안고 살고 있다는 생각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물건을 사곤 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신랑이 패드를 산다길래 나도 책 열심히 읽고 공부할지도 모르니까 하고 덥썩 샀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겨울이 온 줄 알고 한국에서 부랴부랴 온수매트랑 난방텐트도 샀다. 옷의 가짓수가 없어서 외출복을 잠옷으로도 입었더니 빨래를 너무 자주해야하는데 새벽에 나가서 저녁에나 들어오니까 볕이 좋을 때 빨래를 말릴 수가 없어서 곤란했다. 그래서 나 잠옷이요 하는 겨울 잠옷도 샀다. 바다에 가서 물놀이 하는 사람도 많지만 누워서 책 읽고 쉬는 사람도 많아서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짐이 ..
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행복을 얻기 위해서 무슨 짓을 하는지 궁금했다. (중략)집에 들어와 함께 살기 전까지 나는 가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것은 생각할 때마다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힘이 쭉 빠지게 만드는, 평생 달고 사는 오래된 지병 같은 거였다. 평생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변두리만을 떠돌며 낭떠러지를 걷듯 살아온 천애의 삶, 아무리 똥줄 타게 뛰어다녀봤자 입에 풀칠하는 것조차 버거웠던 무능과 무지, 숱한 수모와 상처, 불명예와 오명의 역사. 도대체 내가 어떻게 가족에 대해 자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 누군가에게 보호받는 기분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 헤밍웨이의 전집을 처음 읽기 시작한 이후, 나에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것은 대부분 내 의지..
목욕을 하고 난 뒤, 그가 살이 찌기 전에 입었던 옷을 꺼내 입히자 다행히 딱 들어맞았다. 오래된 옷에선 좀약 냄새가 났으며 색깔이 바래 옛날 사진을 보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남편은 옛날 옷이 낯설고 어색한 듯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꼼꼼히 비춰보았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숙인 채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아파진 나는 남편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가만히 끌어안았다. 그는 무너지듯 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어린애처럼 큰 소리를 내며 울었다. 나는 주먹만한 눈물을 흘리며 엉엉 우는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시간이 흘러갔다. 그 동안 우리는 조금씩 빚을 갚아나갔고, 마침내 오빠의 빚을 마지막으로 모든 빚을 다 갚게 되었다. 오빠는 가게에 스쿠버 장비를 들여놨지만 생각만큼 잘 팔리지..
이 대목에서 나는 소설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왜 소설을 읽는 걸까요? 나는 소설이 기본적으로 실패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따라서 실패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이들, 아직도 부자가 될 희망에 들떠 있는 이들은 소설을 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누군가는 그 구원 없는 실패담을 읽는 걸까요? 나는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이유가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불행이 단지 부당하고 외롭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그래서 자신의 불행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요? -나의 삼촌 부르스리, 천명관. 위즈덤하우스. + 군데군데 쌈박질 장면은 후루룩 넘어가도 좋..
1. 엄마는 고속도로에서갓길에 차를 세우고자동차의 계기판을 부서져라 두드리고 있었어요.참을 수가 없었던 거죠.끝없는 슬픔,좌절,그리고 고통을요. 2. 근사한 일이죠여러 개의 눈을 가진 소녀를 사귄다는 건.하지만 정말 흠뻑 젖어버릴 거예요그녀가 펑펑 울어버린다면.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팀 버튼. 1. 산다는 것은 그저 순전히 사는 것이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중략) 평생 주먹 한 번 시원하게 뻗어보지 못하고 끝내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했지만 그는 인생의 구석진 곳을 떠돌며 꾸역꾸역 살아남아 인생이 어떤 것인지를 모두 증명해 주었다. 그리고 비록 짝퉁으로 출발했으나 긴 세월을 거쳐 스스로 인생유전의 고유한 스토리를 완성했다. -나의 삼촌 브루스리, 천명관. + 기괴함의 안에는 슬픔이 있고 슬..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 고래, 천명관. 문학동네.
나는 블로그에 8할은 책 이야기인 것 같은데 유입수 1위 키워드는 '코스트코 유산균', 2위는 '처녀자리'.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지만 책을 팔아보아도 그렇고 블로그도 그렇다. 뭐든 해보기 전엔 그럴까, 하는 추측이지만 해보면 알게 된다. 뭐가 먹히고 뭐가 안먹히고 뭐는 좋은지 뭐는 왜 안좋은지 뭐는 좋은데 왜 안되는지 그런 것들. 아마 처녀자리를 검색한 사람 중에 몇은 가끔 오거나 다른 글을 읽기도 하겠지만 코스트코 유산균을 검색한 사람이라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확률이 클 것 같다. 유산균과 김연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희미하니까. 잘 없으니까. 하지만 김연수씨나 천명관씨가 어느 날 대장님 걱정을 하다 유산균을 검색 도중 여기까지 흘러올 수도 있다. 그런 게 인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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