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같이 죽겠다고 말해줘."성진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미쳤냐? 내가 왜?"정연은 실망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다 까먹었구나. 하긴, 같이 을 본 것도 잊었으니까. 오빠는 방콕에서 만났을 때부터라지만, 나는 그때부터였는데. 우리 둘이서 아현동 어두컴컴한 비디오방에 앉아서 그 대사를 들을 때 부터. 왜, 의 첫 장면에서 임청하가 그러잖아. 내가 죽으면 같이 죽겠다고 말해줘. 죽음 뒤의 적막을 견딜 수 없을 테니까."스무 살 무렵의 언젠가처럼 정연이 대사를 읊조렸다."잠꼬대 같은 소리네.""지금 들어보니까 그렇네. 그땐 그런 대사들, 다 내 것 같았는데.""그게 그렇더라구. 어릴 때만 해도 인생이란 나만의 것만 남을 때까지 시간을 체로 거르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서른이 되고 보니까 그게 ..
"우리 모두는 온갖 것들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 이윽고 에리가 입을 열었다. "하나의 일은 다른 여러 가지 일들과 연결되어 있어. 하나를 정리하려 하면 어쩔 수 없이 다른 것들이 따라와. 그렇게 간단하게는 해방될 수 없을지도 몰라. 너든, 나든." "물론 간단히 해방될 수 없을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해서 문제를 얼렁뚱땅 내버려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기억에 뚜껑을 덮어씌울 수는 있다. 그러나 역사를 숨길 수는 없다. 내 여자 친구가 한 말이야." "나에 대해서는 이제 마음에 두지 마. 난 그럭저럭 가장 위험했던 시기를 이겨 냈어. 밤바다를 혼자 헤엄쳐 건널 수 있었어. 우리는 제각기 있는 힘을 다해 각자 인생을 살아왔어. 그리고 긴 안목으로 보면, 그때 혹시 잘못 판단하고 다른 행동을 선택..
무민은 울음이 나올 거 같았지만 꾹 참았어요.외롭다고 스너프킨을 붙잡으면 안 되니까요.그날 밤, 풀이 죽어 있는 무민을 보고 아빠가 말했어요."무슨 일이니, 무민?""스너프킨이 여행을 갈 거예요. 혼자서요.""무민, 여행은 멋진 일이야.더구나 혼자 떠나는 여행은 더 굉장하지."무민은 점점 더 시무룩해졌어요.아빠는 무민의 기분을 모르는 걸까요?아빠는 다정하게 말했어요."무민, 친구를 멀리 보낼 때는 웃으면서 보내 주는 거란다.""하지만..."무민은 여전히 슬펐어요. 다음날도 무민은 스너프킨이 머무는 곳에 갔어요."미안해. 오늘은 함꼐 놀 수가 없어. 이것저것 해 두어야 할 일이 좀 있거든.""그래. 그럼 내일 만나자."무민은 풀이 죽어서 대답했어요. -무민의 단짝 친구, 토베 얀손. 어린이 작가정신.
"그렇게 즐거운 인생을 살지 못했어. 미인인 데다 음악적인 재능을 풍부하게 타고났는데, 비참하게 죽고 말았어." 그렇게 두세 줄로 시로의 인생이 정리되어 버리는 데 대해 쓰쿠루는 약간 거부감을 느꼈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마도 시간 차 같은 게 있을 것이다. 쓰쿠루가 시로의 죽음을 안 것은 최근 일이고 아카는 그 사실을 알고 6년이라는 세월을 살았다.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겸손은 아주 좋은 미덕일 수 있겠지만 나한테는 안 어울려. 정말로 솔직하게 말해서 난 정말 눈에 안 띄는 존재였어. 학교라는 시스템에 별로 안 맞았던 것 같아. 선생님한테 귀염을 받은 적도 없고 후배들이 동경하지도 않았어. 남자 친구는 그림자도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고, 끈질기게 돋아나는 여드름 때문에 고민도 했지. '왬!(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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