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말 괴로운 표정으로, 힘겹게 말했다. (중략) 사람의 약점은 저마다 다르다. - 그러고 보니 웃으면서 밤길을 걸어 돌아올 때, 이렇다 할 일이 없었는데도 나중에 되돌아보면 아주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 나날도 이제는 끝이다. 헤어질 때가 되면 늘 좋은 일만 많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추억은 언제나 특유의 따스한 빛에 싸여 있다. 내가 저세상까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이 육체도 저금통장도 아닌 그런 따스한 덩어리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세계가 그런 것들을 몇 백 가지나 껴안은 채 사라진다면 좋겠다. 이런저런 곳에 살면서 쌓인 갖가지 추억의 빛을 나만이 하나로 이을 수 있다. 오직 나만이 만들 수 있는 목걸이다. - "흠, 그렇구나. 너, 뭐 좋아하는 건 있어?" "오코노미야키 굽고 야키소바..
더부살이는 젊어서나 가능한 것이다. (중략) 머리가 맑으면서도 어떻게 될 것만 같은,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나는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았다. 숲처럼 변함없이 있어야할 것은 사라지고, 내 장난감이며 오래된 잡지는 조금도 변함없이 남아 있다. 이런 일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 엄마가 돌아가셔서 인생이 전혀 달라지고 말았다는 것에, 어린 나는 정말 놀랐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 놀람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아직도, 다른 하나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아직도, 연기하고 있다. 눈을 뜨면 엄마가 있는 인생으로 돌아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 정도로 엄마의 죽음은 갑작스러웠다. 그 어떤 논리도 그 어떤 감상도 거부하는, 이유 없는 죽음이었다. - 하지만 계속 그렇게 있으면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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