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시작이라는 설을 두번이나 보내면서도 겨울 방학 동안은 계획을 하고 생각을 하고 준비를 하다가 3월 2일이 되면 결국 준비한 걸 시작하는 것도 아닌 채로 언제나 무언가 시작되버렸다. 사실 매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즐거운 일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슬몃 땀이 나는 초여름 쯤이 되면 적응도 되고 무언가 돌아볼 수 있게 되기도 하고 그리고 다시 겨울이 될 때면 그때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시작이라는 건 언제나 도대체, 왜, 뭐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일인 것 같다. 3월 2일이라는 걸 자각하면 봄이 온다는 기분만은 간직하고 있었던 거 같다. 어느덧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날이 되었다. 게다가 여기는 날씨도 정 반대인데, 그래도 꼬마들은 초등학생이 되어 오늘을 제외하고는 엄마 아빠 손을 잡지 않고..
생각해보면 참 많은 것들에 대해서 제대로, 깊게, 아니 정확하게는 부정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생각하면서 지내왔다. 나는 늘 염려하고 걱정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공포는 오로지 아주 구체적인 죽음과 아주 직접적이고 장기적인 괴롭힘 같은 것. 매사에 예민하게 생각하고 최적안, 플랜 비를 생각하고 감정을 쏟아붓는 일. 일의 성공이나 실패에 상관없이 언제나 실패에 대해서 생각하곤 했다. 생각해보면 그 자체가 실패였는지도 모른다. 매일 실패하며 살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삶은 얼마나 원만하게 굴러가는지. 그렇게 지나온 수많은 순간들을 뒤적여 바로 잡는 일이 얼마나 무모하고 반복하기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기본이 중요하다고 언제나 시험 범위보다 훨씬 더 앞 페이지를 펼쳐서 무작정 책을 읽어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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