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어머니가 오셨다. 오후 수업을 반쯤 듣고 니노아키노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3시 반 같이 어중간한 시간에도 차가 막힐까 싶어서 서둘렀는데 예상 외로 막히지 않아서 20분 쯤. 할아버님 돌아가시고 겨울이었고 여러 가지로 적적하지 않으실까 했는데 생각보다 해사한 얼굴로 나오셔서 기분이 좋았다. 어머니는 일주일 일정으로 오셨는데 우리와는 처음 3일을 함께 보내시고 나머지 4일은 친구분과 함께 여행하신다고 한다. 도착해서 짐을 풀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한국에서 부탁 드렸던 것을 받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얼큰한 게 드시고 싶으시다는 어머님을 환대하며 도착한 곳은 마카티 락웰에 위치한 파워플랜트몰. 그러나 금요일도 아닌데 어찌나 차가 막히던지 T_T 폐점 시간이 다른 필리핀 몰에 비해서는 빠른 편이니..
가기 전에 서울은 바람이 좀 차가워지긴 해도 빛은 여름에 가까웠던 것 같은데 집으로 가는 창밖을 보니 울긋불긋 가을에 가까워졌다. 볕이 따뜻해지고 바람이 차가워지고 오후가 긴 느낌, 하늘도 풍경도 멀고 아득하다. 생각해보니 제주는 막히는 것이 없어서 시야가 넓었고 훨씬 자연과 가까웠던 거 같다. 두모악에서 본 80년대 말의 오름 사진은 지금 제주에는 없는 원시성 같은 게 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비교하면 아직도 천진난만한 것 같다. 있을 때는 그 바다가, 저 나무들이 그렇게 가까운 줄 몰랐다.
아무리 해도 아직은 그 인식과 경험의 틀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처음이라 그랬던 게 아니라 몇 곳을 더 경험하고 돌이켜봐도 일본이라는 공간이 나에게는 잘 맞았던 거 같다. 유럽에 대한 로망은 '옷 잘 입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오랜 역사가 삶에는 어떻게 구현될까, 베어있는 자유로움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였지 그 유구한 역사와 건물과 웅장함과 부러움 그런게 아니었다. 무엇 하나가 특별나서가 아니라 틀 안에서 성실하게 사는 일상과 햇빛이 드는 창이 없는 베란다와 제 무게만큼만 지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삶. 오랜 역사나 건물도 좋지만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존재해온, 나를 안심시키는 몇 개의 이름들과 손에 닿는 거리에 있는 세간과 이동거리. 정규 교육과 비교적 평범한 일들, 낮과 밤이 다른 도시의 삶.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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