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eb.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570646&path=201505 묵주는 나에게 움직이는 성당이다. 언제 어디를 가든 몸에 묵주를 지니고 있으면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크고 작은 어려움도 묵주를 손안에 쥐면 두려움도 외로움도 없다. 세상사 여러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고립되어 있을 때도 묵주와 함께라면 진실을 지켜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내 몸에 묵주, 내 마음에 묵주. 그러니 묵주는 나에게 거룩한 십자고상의 살아 있음이다. 아슬아슬한 세상사를 굳건하게 견디며 묵묵히 살아갈 수 있음도 나에게는 묵주의 힘이다. 모든 것이 차단된 곳에 갇힌 적이 있었다. 오직 진실 하나에 의지하고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을 때다. 규정에 ..
471 타고 명동가서 빨간버스 타고 집으로 가는 먼 길. 참 오래도 다닌 길. 여러 번 집이 바뀌는 동안, 다양한 노선의 버스를 타고 참 많이도 오갔다. 어릴 때는 모르는 게 많아서 다행이었던 것 같다. 천진난만하다고 할까, 삶의 이면을 모른 체 우울하거나 꿉꿉하거나 움추러들지 않고 잘 마른 빨래처럼 건강하고 빳빳하게 키워준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된다. 왜 몰랐을까, 참 알다가도 모를 일. 딱 하루, 할머니가 입원한지 벌써 35일째 인데 딱 하루 밤을 할머니하고 엄마하고 같이 잤다. 처음이라 할머니 숨소리, 할머니 코소리, 신음소리, 할머니 몸에 붙어있는 수많은 기구들의 소리, 침대 에어매트 소리 그 온갖 소리들에 둔한 나지만 푹 잠들 수가 없었다. 소리가 없으면 없는대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
매주 한번씩 성당에 가는 시간이 내게는 일상이다. 당연한 일로 밥을 먹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회사에 가고 하루는 늦잠을 자고 하루는 성당에 간다. 아마 미사 시간의 자유로움이 내게는 이것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교회 같은 경우는 성향과도 다르지만 열심일 수 있는 마음의 불이 켜지기만 한다면 누가 싫어하랴. 주님도 나는 네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하셨으니. 그러나 늘 9시나 11시에 가서 같이 밥 먹고 하루 종일 있어야하는 것이 나와는 맞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종일 누군가와 부데끼는 것이 쉽지 않고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드라마를 잘 못보는 이유 중에 하나도 매번 그 시간에 보지 않으면 안되고 그 재미있는 일도 흐름이 끊겨 버리는 까닭이다. 그런 이유로 성당..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에는 불안이 없다. 크게 조바심 내지 않는 것 같다. 집에가면 빨래를 널어야지. 여기서 바깥의 찬 겨울을 피해 있을 수 있다는 것, 평온하게 이 시간을 보내는 일. 심심하고 밋밋하지만 고요하고 조용해서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오늘은 어제 매장에서 본 언니가 옷을 예쁘게 입었길래 나도 한동안 입지 않았던 골덴 원피스를 입고 줄무늬가 들어간 니트 타이즈에 아가일 양말도 신고 어딜가나 같이 가는 하나뿐인 뉴발을 신고(그런데 넌 참 어디에도 잘 어울린다. 최고야) 추워서 손을 꺼내기 싫어서 크로스백을 매고 목도리를 칭칭 감았다. 춥긴 하지만 공기도 깨끗하고 맑은 날이 쨍하고 예쁜 옷을 많이 입을 수 있어서, 겨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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