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이 끝난 밤이다. 내 인생에 있어서 수능은 그렇게까지 큰 행사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큼 수능 날은 기억이 생생하다. 다음 날이 수능이라고 학교에서 일찍 집에 보내줬는데 집에 돌아와 빌라 앞 정자 같은 데 앉아서 초코렛을 먹었던 것 같다. 이렇게까지 긴장감이 없는 수험생이었다니.. 그 날은 기모가 얇게 들어간 곤색 DKNY 츄리닝을 입었다. 교복을 입고 학교에 오는 애들을 보면서 '아, 교복 정말 불편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다. 게다가 맨 뒷 자리여서 꼭 재수생 같아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공부 많이한 다음 날 머리를 안감는다던지, 그때 입었던 옷을 입어야한다던지 하는 세세한 징크스는 없었지만 고3 시절 매일 깔고 앉았던 방석을 품에 안고 엄마가 싸준 도시락과 포도 쥬스가 담긴..
쉬는 시간에는 자거나 책을 봤다. 나를 두고 변했다고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책은 성장소설이나 자서전을 주로 읽었다. 여전히 그들의 이야기에 동감할 수는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자극을 받고 싶었다. 그들에게 세상은 너무 쉽다. 반 성적을 한두 등수 올리기 위해 코피를 쏟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천재였거나 너무 쉽게 천재가 되는 사람들이었다. 실화라고 해도 현실감이 없었다. -상큼하진 않지만, 김학찬. 문학동네. + 다 읽었다. 일찍 자려고했는데 그냥 밖에서 놀다오는 게 더 빨리자는 방법일 듯 하다. 중학교 때는 공부해도 안해도 고만고만했다. 특출나게 공부 열심히 한 적도 없고 그렇다고 안하지도 않았다. 나는 이모 아들, 삼촌 딸과 함께 동갑내기 소띠 삼 형제 중에 가운데 였는데 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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