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쇼파에 누워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주 큰 나무들이 보인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는 참으로 만사태평하구나, 뭐 앞으로 어떻게 살진 몰라도 지금 이렇게 신랑이랑 쇼파에 걸터앉아 시원한 집에 있으니 참 좋다. 속이 타는 시어머니를 뒤로 한 채로 우리는 느긋하다. 더위에, 사람에, 직장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보내는 한가한 여름이다. TV를 보니 맛있는 녀석들이 한다. 처음으로 티비로 보았다. 생각해보면 몇 년만에 티비를 보고 있다. 혼자 살 때도 결혼하고서도 계속 티비가 없었으니까. 마루에 누워서 티비를 보면서 딩굴 거리는 것도 하나의 오래된, 좋아하는 이미지인데 그 안에 우리가 있다. 우리 아빠가 좋아하는 양평해장국이네, 그렇지 저렇게 먹으면 맛있지 맞장구를 치다가 티비가 끝나고 이..
우리는 월요일이라 학교에 간다. 일정이 변경되서 친구분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시는 어머니는 운동을 하며 나름대로 시간을 보내셨다. 아침엔 수영, 오후엔 골프. 점심 시간에 집에와서 어머님이 해주신 밥을 먹고 택시를 불러서 어머님을 보내고 조금 쉬다 또 학교. 한국에 있는 엄마가 많이 아프다는 소식에 나는 내내 기분이 시무룩하다. 점심 쯤엔 급기야 병원에 가야하는데 힘이 없어서 못가겠다는 엄마 말에 아빠를 호출, 엄마를 병원으로 보냈다. 엄마 옆에 아빠가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도 일본어도 내 맘대로 안나오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나아지고 있다. 끝나고는 어머니를 모시러 갔다가 그 안에서 한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보기엔 허름하달까, 별 볼 일 없었는데 오랜만에 찰기 있는 한국 밥을 먹었다...
시댁에서 생활한지 꼬박 7일이 되었다. 4일은 집에 있었고 이틀 간은 친구들을 만났다. 두 번째 회사 친구들과 낮에 서촌에 만나 디미에서 그간의 시댁 살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점심을 먹었고 여전히 이름이 안외워지는 에스타르테 앤 릴렉스에 가서 퍼지 하나 커피 하나씩 시켜놓고 등받이가 없는 높은 의자에 앉아서 남은 근황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봉은사에 가서 급하게 점심을 먹은 신랑이 와서 합류했고 열정적인 유노윤호 짤을 보며 화목하게 헤어졌다. 이것이 29일의 일. 생각해보면 그날은 비가 왔다. 친구들을 만나서 좋기도 했지만 엄마가 혼자 명동에 나와 있었다고 했다. 그 얘기를 뒤늦게 듣고 나니 마음이 안좋았다. 친구보다는 엄마를 만날껄 하고. 병원에 가서 할아버님 병자성사 받는 걸 보고 인사 드리고 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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