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부피란 언제나 일정하다. 이쪽이 체념으로 눌리면 저쪽에선 그만큼 꿈으로 부푼다. -풍경, 심보선.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했으니이제 이별이다 그대여고요한 풍경이 싫어졌다아무리 휘저어도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를테면 수저 자국이 서서히 사라지는 흰죽 같은 것그런 것들은 도무지 재미가 없다 거리는 식당 메뉴가 펼쳐졌다 접히듯 간결하게 낮밤을 바꾼다나는 저기 번져오는 어둠 속으로 사라질테니그대는 남아 있는 환함 쪽으로 등 돌리고열까지 세라열까지 세고 뒤돌아보면나를 집어 삼킨 어둠의 잇몸그대 유순한 광대뼈에 물컹 만져지리라 착한 그대여내가 그대 심장을 정확히 겨누어 쏜 총알을잘 익은 밥알로 잘도 받아먹는 그대여선한 천성의 소리가 있다면그것이 이를테면내가 죽 한 그릇 뚝딱 비울 때까지 나를 바라보며그대가 속으로 천천히 열까지 세는 소리 안 들려도 잘 들리는 소리기어이 들리고야 마는 소리단단한 이마를 뚫고 맘속..
풍경 (중략) 3 마주 보고 있는 불빛들은 어떤 악의도 서로 품지 않는다. 오히려 여인네들은 간혹 전화로 자기네들의 천진한 권태기를 확인한다. 가장들은 여태 귀가하지 않았다. 초점 없는 눈동자마냥 그녀들은 불안하다. 기다림의 부피란 언제나 일정하다. 이쪽이 체념으로 눌리면 저쪽에선 그만큼 꿈으로 부푼다. 거리는 한쪽 말을 들어 자정으로 옮아간다. 가장들이 서류철처럼 접혀 귀가하고 있다. -슬픔이 없는 십오초, 풍경. 심보선. 문학과지성사.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이쪽이 체념으로 눌리면 저쪽에선 그만큼 꿈으로 부푼다. 한 사람마다의 행운이나 불행도.
나를 환멸로 이끄는 것들 태양 오른쪽 레몬 향기 상념 없는 산책 죽은 개 옆에 산 개 노루귀 꽃이 빠진 식물도감 종교 서적의 마지막 문장 느린 화면 속의 죽음 예술가의 박식함 불계패 변덕쟁이들 회고전들 인용과 각주 어제의 통화 내용 부르주아 대가족 불어의 R발음 모교의 정문 옛 애인들(가나다 순) 컨설턴트의 고객 개념 칸트의 물 자체 물 자체라는 말 자체 라벤더 향기 아래쪽 토성 - 슬픔이 없는 십오초, 심보선. 문학과지성사. - 삶이 나아갈 방향을 못잡고 있을 때, 정체되어 있거나 정리되지 않은 일들이 잔뜩 쌓여있을 때 마음이 무거워서 고요하다. 침전되는 기분. 무언가가 이 상황을 바꿔주길 바란다.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거나 새로운 모습으로 되길 바란다. 지금이 나빠서는 아닌데 자꾸만 성장하고 싶은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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