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이 타자의 사랑을 강제하지 못하는 비극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타자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자유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르트르라면 컴퓨터나 의자와 같은 것을 '존재'라고, 인간을 '무無'라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의 주저 「존재와 무」에 따르면 '존제'가 컴퓨터나 의자처럼 스스로 행위를 결정하지 못하는 부자유스러운 것들을 가리킨다면, '무'라는 것은 인간에게는 미리 주어진 본질이 '없다'는 것과,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의 본질을 만들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중략) 물론 인간에게 '무'의 측면, 즉 '본질을 스스로 만드는' 자유의 역량이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이 자신과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돌아보고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반성의 역량을 가지고 있기 ..
주체와 타자가 대면하는 윤리적 관계는 책임의 관계다. 여기서 책임을 "나의 행동에 책임을 진다" 는 식의 일상적인 뜻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책임' 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responsibility' 는 책임이라는 단어에 더 심오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책임은 타자에 '대응하거나 반응하는 것response' 이 '가능ability' 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비나스가 집단성을 "타자를 자신과 얼굴을 맞댄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과 나란히 서 있는 자로 인식하는" 것 이라고(중략) 어머니에게 아이는, 혹은 아이에게 어머니는 타자가 된다. 어머니가 아이의 욕망에 자신을 맞추어도 안 된다. 반대로 아이가 어머니의 욕망에 자신을 맞추어도 안된다. 두 경우 모두 두 사람은 서로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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