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가깝다
가기 전에 서울은 바람이 좀 차가워지긴 해도 빛은 여름에 가까웠던 것 같은데 집으로 가는 창밖을 보니 울긋불긋 가을에 가까워졌다. 볕이 따뜻해지고 바람이 차가워지고 오후가 긴 느낌, 하늘도 풍경도 멀고 아득하다. 생각해보니 제주는 막히는 것이 없어서 시야가 넓었고 훨씬 자연과 가까웠던 거 같다. 두모악에서 본 80년대 말의 오름 사진은 지금 제주에는 없는 원시성 같은 게 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비교하면 아직도 천진난만한 것 같다. 있을 때는 그 바다가, 저 나무들이 그렇게 가까운 줄 몰랐다.
둘 /제주
2015. 10. 24. 16:09
삶에도 질량보존의 법칙
풍경 (중략) 3 마주 보고 있는 불빛들은 어떤 악의도 서로 품지 않는다. 오히려 여인네들은 간혹 전화로 자기네들의 천진한 권태기를 확인한다. 가장들은 여태 귀가하지 않았다. 초점 없는 눈동자마냥 그녀들은 불안하다. 기다림의 부피란 언제나 일정하다. 이쪽이 체념으로 눌리면 저쪽에선 그만큼 꿈으로 부푼다. 거리는 한쪽 말을 들어 자정으로 옮아간다. 가장들이 서류철처럼 접혀 귀가하고 있다. -슬픔이 없는 십오초, 풍경. 심보선. 문학과지성사.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이쪽이 체념으로 눌리면 저쪽에선 그만큼 꿈으로 부푼다. 한 사람마다의 행운이나 불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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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17.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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