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줄을 읽다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섬, 장 그르니에. 섬에 부쳐서, 까뮈. + 책이 읽고 싶을 뿐이라서, 그 순간이 너무 간절해서 읽을 수 있다면 뭐든 좋다고 생각하는 때. 하루를 기다리면 내일은 또 바빠서 이 마음이 아닐지도 몰라서 지금까지는 종이책, 그것도 서점에 간 순간 마음에 드는 책을 들고 집에 오는 게 좋았다. (물론 지금도 좋다) 얼른 읽고 싶어서 한달음에 방에 오고 싶어지는 그 마음. 언젠가 하루키가 서문에 자신의 글을 읽고 지금 당장 무언가 하고 싶어진다면 그것만으..
나는 일본에 있지도 않고 일본에서도 실제로 연재 후에 묶어내는지도 모르겠지만 하루키의 단편이 문예지에 실린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소비로도 우리는 기억한다. 그때 내가 무엇에 돈을 썼는지를 통해서 누구에게 마음을 썼는지, 무엇에 이끌렸는지 알 수 있다. 내가 쓴 돈으로 얻어진 나의 것. 유형과 무형의 것들을 역추적하는 기록 방식이 꽤 마음에 드는데 여간 부지런하지 않고는 힘들지만. + 지난달 일본의 문예지 《문예춘추》(2013년 12월호)에 발표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단편소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이런 의미에서 작가의 문학적 귀환을 재확인해 준다. 자궁암으로 아내를 잃고 그 아내가 남긴 상처 때문에 방황하는 중년의 배우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작품은 상실과 상처, 떠남과 돌아옴이라는 하루키 문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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