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먹기 혹은 주는 기쁨
아마도 '시키셨다'고 느낀 것은 나뿐이었을지도 모른다. 부엌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딸을 보고 아버지가 '일부러 시켜주신' 조수 노릇은 아니었을까. 커다란 도마를 앞에 두고 정신을 집중하여 사과 껍질을 벗기고 은행잎 모양으로 썰 때면 학교에서 있었던 싫은 일, 괴로운 일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런 일들을 잊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평온해지며 이제부터 즐거운 날들이 펼쳐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셰프의 조수' 역할을 통해 요리를 만드는 즐거움, 누군가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기쁨에 눈떴다. - 엄마하고 살 때는 거의 요리하는 일이 없지만 혼자 살 때, 일본에 살 때는 자주 매일같이 밥을 지어먹고 국수를 삶고 뭔가 볶고 튀기곤 했다. 그러다 얼굴에 기름이 튀어서 약국가서 화상약을 바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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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 2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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