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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일기

믿는 힘, 신뢰하는 마음

김곰곰 2014. 1. 26. 23:56

Q : 예수님을 믿는데 믿으며 사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고 한 청년이 신부님에게 물었다. 신부님이 대답을 하시면서 했던 말에 연결되어 생각이 나서 정리해두려고 한다.

 

A: 아,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리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예전에 병원에서 사목을 했는데요. 그럴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아플 때나, 자식을 먼저 하느님 품에 보내신 부모님들, 어려운 병에 힘들어하시는 분들, 정말로 알 수 없는 그런 일들. 왜 그럴까, 그런 일이 왜 생기는걸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예수님이 그렇게 사셨어요. 그래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몸소 사셨습니다. (중략) 예전에 신학교에 있을 때 선생님 신부님이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사람이 하느님에게 가는 길은 직선이 아니라 구부러진 코일아시죠? 그 코일처럼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만 그렇지만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가는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이게 아마도 아까 그 청년의 질문에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My A : 여기서부터는 하신 말씀과 나의 생각과 해석이 들어간다. 하느님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무엇하나 자기 편의에 맞게 바꾸거나 이기려고하지 않고 지고 당하고 못박혀 돌아가셨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고 바꿀 수 있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분 스스로에게만 지지 않고, 모든 이에게 지고, 아버지의 말씀에 순종했다. 사람이 아닌 존재로 태어날 수 있었는데 사람으로 태어나셨고 돌아가셨다. 죽음이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아버지는 하느님이지만 예수님은 인간으로 태어나셨으니까 분명히, 우리처럼 두려우셨을 것이다. 그런데도 받아들였다. 받아들일 때, 그것이 왜인지, 합리적인지에 의미가 있을까? 변할 수 없는 결과에 대해서 합리적이고 비판적이라는 것은 필요한 것인가? 그럴 때에는 희망과 긍정이 필요하다. 왜, 를 물을 수 없는 일들에게는 믿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생각해보면 세상의 균형이나 옳고 좋은 것이란 무엇일까? 세상은 이렇게 생긴 것이고 그런 불균형이나 불합리함을 인내해가며 좋은 때에 감사하면서 힘든 때에 믿으며 그렇게 살아있는 동안 계속 살아가야하는 일이 아닐까. 좋은 일이 좋은 일이 아니고 나쁜 일이 나쁜 일이 아니며 성공이 성공이 아니고 실패가 실패가 아닌 것. 일찍 성공했기 때문에 자만하여 실패한 삶을 산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일 뿐이다. 성공해서 하루하루가 초조하고 괴로웠기 때문에 방만하게 살았다면? 그래서 실패하였지만 비워지고 간절히 바래서 구할 수 있어서 마음이 평화로워졌다면? 강한 마음으로 스스로의 삶을 긍정할 수 없다면 매일 매일 괴롭고 비참해질 것이다. 내 안에 있는 것, 내게 허락된 것, 내가 구하지 않아도 주신 것들에 감사하면서 살아야지. 


Plus Q : 저는 태어날 때부터 종교가 있고,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스스로 가지게 된 믿음이 아니라 공기나 봄에 초록빛이 돋아나고 겨울이 되면 바람이 차가워지는 것 처럼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제 안의 안정감이나 행복의 근원에는 그런 말씀이 있지만, 이것이 믿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말하는 '믿는다'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열심히하는, 말하고 증거하는, 아주 구체적인 행위들이 제게는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믿는다, 는 건 어떤걸까요? 


+ 읽어볼 책 엔도슈사쿠 <침묵> 읽어봐야지, 하고 아직도 못 읽어봤는데 이 주제와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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