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예뻤을 때
내가 제일 예뻤을 때 わたしがいちばんきれいだった時 이바라기 노리코(茨木則子 1926~2006), 유정 옮김 내가 제일 예뻤을 때 거리들은 와르르 무너져내리고 난데없는 곳에서 푸른 하늘 같은 게 보이곤 했다 내가 제일 예뻤을 때 주위 사람들이 숱하게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을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내가 제일 예뻤을 때 누구도 정다운 선물을 바쳐주지는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엔 알지 못했고 서늘한 눈길만을 남기고 죄다 떠나버렸다 내가 제일 예뻤을 때 내 머리는 텅 비어 있었고 내 마음은 딱딱했으며 손발만이 밤색으로 빛났다 내가 제일 예뻤을 때 우리나라는 전쟁에 졌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을까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붙이고 비굴한 거리를 활보했다 내가 제일 예뻤을 때 라디오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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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 29.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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