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신영복 선생님 글씨를 받으러 가는데(나 말고 회사에서 다른 분이) 너무 좋고 감사한 일이다보니 처음처럼 사례가 생각이 난다. 소주 이름에 신영복 선생님의 처음처럼, 이라니. 이 말도 안되는 콜라보레이션이 얼마나 멋진가. 이런 일을 만들어내고 싶다. 처음처럼 이라는 시를 읽고 참 좋았던 누군가가 그 안에 없었다면 소주+시가 만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시를 읽고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꾸준히 읽어왔었기 때문에 가능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일이 참 멋지다. 처음처럼이 신영복 선생님 시에서 이미지를 가지고 와서 브랜딩에 성공했던 것처럼 우리도 뭔가 그 안에서 찾을 수 있었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까지 내 인생 관심의 밖 분야 였기 때문에 읽지 않았다. 좋은 ..
발톱을 깎아주면서 매번 루미야, 나를 그렇게 못 믿겠냐, 중얼거리며 쳐다보면 루미는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죠? 하는 듯 나를 외면하곤 했다. ...... 그러다가 루미가 차츰 내 옆에 있기 시작했다. 내가 책상의자에 앉아 책을 보면 루미는 책상에 올라가 웅크리고 앉아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텔레비전을 보면 루미는 텔레비전 위로 올라가 화면을 내려다보며 움직이는 화면을 잡아채려고 발을 움직거렸다. 내가 소파에서 낮잠이라도 자면 루미는 내 발 끝에 엎드려 잤다. 나와 가까이 있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너무 가까운 것은 싫은지 늘 저만치 그러나 내 눈에 들어오는 곳쯤에 앉아 있거나 엎드려 있었다. 사랑하면 몸은 매이고 마음이 아프다. - 자거라, 네 슬픔아. 신경숙
그가 내 손목을 감싸다가 잡아당겼고, 나는 얼결에 그의 가슴에 안겼다. 그가 내 손을 자신의 바지 가운데 부분으로 가져다대며 말했다. 이것도 줄 수 있는데. 그가 너무 심각하게 말해서 내 입에서 풋, 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한 손으론 그가 건네준 노트를 들고 다른 손은 그의 바지 성기 부분에 올려놓은 채 나는 야릇한 슬픔에 잠겨 여기보다 더 먼 곳은 없을까?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 바닷가가 그때 우리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이었다는 걸 모르지 않았으면서도. 살아보지 않은 앞날을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앞날은 밀려오고 우리는 기억을 품고서 새로운 시간 속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이다. 기억이란 자기 스스로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속성까지 있다. 기억들이 불러일으킨 이미지가 우리 삶 속에..
"내가 처음 문학작품에 매혹된 이유는 무언가 해결되지 않고, 못나고 좀 뒤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고, 패배자처럼 느껴지는 이들이 주인공이라는 것이었어요. 그걸 안아주고 채워주는 것. 그것이 처음부터 문학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엄마의 손길과 비슷하지 않나요? 뭔지 해결되지 않는 것에 가까이 가서 그걸 들여다봐주고, 왜 그렇게 됐을까 질문해주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존재는 인간으로 하면 엄마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문학과 엄마는 서로 닮은 존재이지요." " (- 중략)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설 한 권 읽는다고 무엇이 그리 크게 달라지겠는가. 어떤 각성이 있었다고 해도 곧 바래지고 다시 눈앞의 일상으로 돌아와 비정하게 살아야 하는 게 우리의 인생이지요. 다만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무엇인가를 결정..
그가 내 손목을 감싸다가 잡아당겼고, 나는 얼결에 그의 가슴에 안겼다. 그가 내 손을 자신의 바지 가운데 부분으로 가져다대며 말했다. 이것도 줄 수 있는데. 그가 너무 심각하게 말해서 내 입에서 풋, 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한 손으론 그가 건네준 노트를 들고 다른 손은 그의 바지 성기 부분에 올려놓은 채 나는 야릇한 슬픔에 잠겨 여기보다 더 먼 곳은 없을까?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 바닷가가 그때 우리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이었다는 걸 모르지 않았으면서도. 살아보지 않은 앞날을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앞날은 밀려오고 우리는 기억을 품고서 새로운 시간 속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이다. 기억이란 자기 스스로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속성까지 있다. 기억들이 불러일으킨 이미지가 우리 삶 속에..
"내가 처음 문학작품에 매혹된 이유는 무언가 해결되지 않고, 못나고 좀 뒤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고, 패배자처럼 느껴지는 이들이 주인공이라는 것이었어요. 그걸 안아주고 채워주는 것. 그것이 처음부터 문학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엄마의 손길과 비슷하지 않나요? 뭔지 해결되지 않는 것에 가까이 가서 그걸 들여다봐주고, 왜 그렇게 됐을까 질문해주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존재는 인간으로 하면 엄마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문학과 엄마는 서로 닮은 존재이지요." " (- 중략)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설 한 권 읽는다고 무엇이 그리 크게 달라지겠는가. 어떤 각성이 있었다고 해도 곧 바래지고 다시 눈앞의 일상으로 돌아와 비정하게 살아야 하는 게 우리의 인생이지요. 다만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무엇인가를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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