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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을 깎아주면서 매번 루미야, 나를 그렇게 못 믿겠냐, 중얼거리며 쳐다보면 루미는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죠? 하는 듯 나를 외면하곤 했다.
......
그러다가 루미가 차츰 내 옆에 있기 시작했다. 내가 책상의자에 앉아 책을 보면 루미는 책상에 올라가 웅크리고 앉아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텔레비전을 보면 루미는 텔레비전 위로 올라가 화면을 내려다보며 움직이는 화면을 잡아채려고 발을 움직거렸다. 내가 소파에서 낮잠이라도 자면 루미는 내 발 끝에 엎드려 잤다. 나와 가까이 있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너무 가까운 것은 싫은지 늘 저만치 그러나 내 눈에 들어오는 곳쯤에 앉아 있거나 엎드려 있었다. 사랑하면 몸은 매이고 마음이 아프다.
-
자거라, 네 슬픔아. 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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