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줄 모르고 펄펄 끓는 보일러를 잠재우고 어제 만들어논 카레로 점심을 먹고 나니 두시가 좀 안됐다. 조금 큰 식물들을 집에 들여야지 하다가 오늘이다 싶어서 함께 집하장에 가서 드라코, 떡갈나무, 극락조를 데리고 왔다. 화분을 사고 분갈이까지 마치고 앞자리를 양보하며 퇴근길 이전에 돌아왔다. 해가 진 이른 저녁에 아무 것도 하기가 싫어졌는데 오늘인 것 같아 집에 있던 고무나무도 두 개의 화분으로 나눠 심어주고, 무럭무럭 자라는 스투키도 새끼를 모아서 작은 토분에, 어른들도 두개의 토분으로 분갈이를 해주었다. 스투키 둘, 고무나무 하나, 알로에 하나, 율마 하나였던 화분이 스투키 셋, 고무나무 둘, 새로 데려온 아이 셋까지 늘었다. 집안이 초록초록. 같이 잘 살아보자. 율마는 향도 좋고 색도 푸..
어제 못보면 앞으로 19년 뒤에나 볼 수 있다던 블러드 문. 퇴근 길에 올려다 봤을 땐 하얗고 크게 빛나는 달이었고 신랑과 같이 보았을 땐 반 정도 그 몸을 어둠에 숨겼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본 달은 훨씬 멀어져서 높이 떠 있었고 정말 붉은 색이었다. 잠들기 전에 창을 열고 엄마와 본 달은 다시 크고 가깝고 아주 밝았다. 달은 오랫동안 크고 천천히 있어야 할 곳에 가는 거지만 그게 사람의 시간으로는 19년이 되는구나, 19년은 커녕 하루도 알 수 없는 게 사람의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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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우리 부서가 주관인 행사가 있었는데 챔버 오케스트라를 초청해서 연주곡을 몇 곡 들었다. 도와드리러 올라갔다가 머리수 채운다고 앉아서 연주 잘 듣고 왔다. 그러고 보니 출근한다고 이틀 동안 노래를 전혀 듣지 못하고 있었다. 출퇴근 시간이 짧기도 하도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느라 그랬는데 이제 출퇴근이 길어지면 그만큼 노래도 많이 듣고 멍 해지는 시간도 생기니까, 지하철만 붐비지 않으면 그것도 나름대로 내게는 좋은 일이다. 행사의 성격이나 목적은 차치하고라도 눈 앞에서 오랜만에 바이올린, 첼로 콰르텟으로 연주를 들으니 좋았다. 주말이 되서 이틀 만에 멜론을 켰는데 마지막 곡이 종현이 부른 사랑해 이 말 밖에, 신촌까지 오는 내내 들었는데 생각보다 더 오래 마음이 좋지 않다. 부디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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