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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서서 누군가를 오래 기다렸던 날이 있었다. 막 감고 나온 젖은 머리가 얼어붙었다. 밤바람에 뺨이 터질 것 같은데도 기다리는 이는 오지 않았다. 터널을 빠져나와 내 앞을 질주해가는 자동차들을 세 시간 동안 지켜본 다음에야 얼음을 털어내며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는 그를 기다리지 않기로 하고 운전교습소에 나갔다. 언제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해변으로 숲길로 내달릴 생각을 했다. 기다리지 않는 대신 길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는 고통을 단호하게 끝내고 싶었다. 간혹 신새벽에 깊은 밤중에 길을 떠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기다림을 끝장 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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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거라, 네 슬픔아. 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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