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
제철에 손수 뿌리고 거둬 밥상 차리던 어머니가 밤이면 지쳐 방 안 윗목에서 오줌 누시면 두멍에 우물물 길어다 붓는 물소리로 들렸다 그러면 나도 마려워 부자지 움켜쥐고 이불 속에서 나왔다 아침마다 잿더미에 요강 쏟아붓던 어머니는 봄이면 재 져다 뿌리고 두둑 골라 도라지 심고 꽃 필 땐 날 데려가선 고랑에서 오줌 누시었다 그 소리 들으며 둘러보면 어머니 오줌 방울방울이 보랏빛 꽃 송이송이로 피어올랐고, 그러구러 도시로 나온 나는 쌀과 고기반찬을 사 먹었지만 오밤중에 마려우면 뜰에다 오줌 누곤 했다 그래도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로도 들리지 않는지 어린 자식은 부자지 움켜쥐고 따라나오지 않았다 무심코 오줌 눠대던 자리 어느날 문득 바라보니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와서 자라나 있던 도라지 하나 꽃대에 점점이 떨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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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3. 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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