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도 특별한 어느 날에야 내가 단지 한 사람이 된다. 그럴 때에는 다른 날보다 행복하게 눈을 뜨고, 그리고 은총이 충만함을 느낀다. 여기서 우리는 시인의 다른 날들에 대해서 상상해볼 수가 있다. 한 번에 여러 사람이 되어 살아가는 날들. 누군가의 언니였다가 누군가의 딸이었다가 누군가의 아내였다가 누군가의 이웃이었다가 누군가의 친구이기도 한 날들. 나는 당신의 나, 혹은 그들의 나일 뿐이다. - 생물성, 신해욱. 발문, 김소연. + 김소연 시인님이 써주신 발문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같은 이름의 평론가가 계신가. 그러나 저 문장은 내가 느끼는 김소연 시인님 같다. 갑자기 평생 하나의 장르만 읽어야 한다면 모국어로 된 시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했으니이제 이별이다 그대여고요한 풍경이 싫어졌다아무리 휘저어도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를테면 수저 자국이 서서히 사라지는 흰죽 같은 것그런 것들은 도무지 재미가 없다 거리는 식당 메뉴가 펼쳐졌다 접히듯 간결하게 낮밤을 바꾼다나는 저기 번져오는 어둠 속으로 사라질테니그대는 남아 있는 환함 쪽으로 등 돌리고열까지 세라열까지 세고 뒤돌아보면나를 집어 삼킨 어둠의 잇몸그대 유순한 광대뼈에 물컹 만져지리라 착한 그대여내가 그대 심장을 정확히 겨누어 쏜 총알을잘 익은 밥알로 잘도 받아먹는 그대여선한 천성의 소리가 있다면그것이 이를테면내가 죽 한 그릇 뚝딱 비울 때까지 나를 바라보며그대가 속으로 천천히 열까지 세는 소리 안 들려도 잘 들리는 소리기어이 들리고야 마는 소리단단한 이마를 뚫고 맘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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