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면 나쁜 대로 살게 해 줘. 요시모토 바나나의 재발견.
남편의 아버지가 묵직해 보이는 짐을 들고 후덥지근한 목장 한가운데로 걸어왔다. 안에 멜론과 복숭아가 들어 있다고 한다. "왜 그런 걸 가져왔어요." 남편은 어린애처럼 골을 냈다. 그렇게 말하는 심리는 나도 잘 안다. 부모가 엉뚱한 일을 하면 괜히 그런 말이 나온다. 그 자리에서 먹을 기회를 놓쳤다. 시아버지는 들고 가서 신칸센에서 먹으라고 했다. 남편은 들고 가기 무겁다며 싫다고 했다. 나는 "이 무거운 걸 아버님이 힘들게 들고 오셨는데, 가져가요." 하고 말했다. 이런 때 중재역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타인밖에 없다. 신칸센은 탄 후에는 선반에 올려놓았다. 밑에서 올려다보니 복숭아가 짓물러 있었다. 아래쪽은 거무죽죽하고 위쪽만 멀쩡했다. 냉장고에서 허둥지둥 꺼낸 탓에 시아버지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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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 2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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