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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옛날처럼 아주 천천히 먹고 꼭꼭 씹어먹는 습관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탈이 날까 무서워서 한 그릇을 후다닥 먹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그릇을 잠시 치워두고 일을 하고 그러다 또 괜찮아진 것 같아 한 입을 먹었는데 속이 매큼하여 먹는 것을 그만두어야할 것 같다. 속이 낫자 마자 먹을 음식은 아니지만 개연성을 붙이자면 곱창 볶음이 먹고 싶었는데ㅡ곱창 볶음엔 당면이 들어있으니까ㅡ 마침 컵누들 매콤한 맛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래 흰죽이랑 당면이라 뭔가 비슷하지 않아?' 라면서 물을 끓이고 부었던 것이다. 2/3 정도를 나눠서 먹었지만 다 먹지는 못하고 그만두어야할 것 같다. 많이 먹은 나이도 아니니 나이를 운운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렇게 나이에 연연하는 것도 때가 있는 일이 아닌가 하여서 억지로 나이 얘긴 하지 말아야지 하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10년에 한 번 정도 체질도 변한다고 한다. 근래 들어서 벌써 두번이나 심하게 급체를 하고 한 번을 링겔을 맞고 한 번은 변기에 앉아 토를 하는 등. 뭐 그야말로 체 하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달성하고 있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도 위나 장이 좋지는 않았다. 잔병치레 말고 크게 아프지 않은데 얘기할 정도로 기억에 남는 병명이 위와 장이기도 하다. 애기 때 딱 한 번 입원한 적이 있는데 병명은 장염. 중학교 때 때굴때굴 굴러서 병원에 갔더니 병명은 위염. 워낙에 청춘이라 안좋은 것도 누를만큼 소화능력이 활발해졌던 것 뿐 이제 다시 나로 돌아오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다. 그러면 더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같아질 뿐이니까. 이번에 아픈 이틀 동안은 나도 남편이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춘의 시간동안 소화기관이 좋아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어딜가서 뭘하든 거리낄 것 없이 잘 먹고 즐거운 경험을 많이 하라는 시간의 축복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이제는 나를 잘 다독이고 내 몸을 잘 보호하면서 데리고 다녀야할 때인가보다. 그 반면 아플 때 남편과 여유로움으로 상징되는 나의 집이 있었다면 좋겠다는 것 역시 내가 나이가 들고 있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남편과 함께 따라올 무수한 책임감에 대한 실감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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