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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일기

잠시 떨어져있기

김곰곰 2015. 4. 2. 00:03



뉴욕 맨하튼 브루클린 브릿지


요 며칠 흥얼거려지는 노래 둘. 주말엔 초등학교 때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신부도 곱고 신랑도 듬직하고 식장도 예쁘고 날씨도 꼭 봄날같이 좋았다. 무한까지는 아니여도 새로운 미래나 설렘을 보며 축하하는 나도 있었고 내년에는 먼 나라로 오래 여행을 가려고 생글거리며 축하하는 친구도 있었고 아름다운 식 이후로 고생할 게 보여서 눈물이 난다는 엄마 같은 마음을 가진 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비슷하게 만 스물아홉이나 서른즈음을 지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결혼과 출산 외에는 이제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늙어간다. 늙는 건 슬픈 건 아니지만 늙은 존재와 헤어져야한다는 건 너무나 슬프다. 기쁨에 환희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 그런 거엔 익숙해지지 않은 나이.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니고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그렇게 조금씩 잊혀져간다는 노랫말이 흥얼거려지는 가을같은 봄.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 같은 시간의 강 위에

떠내려가는 건 한 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젊은 날엔 젊음을 잊었고 

사랑할 땐 사랑이 흔해만 보였네 

하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 이상은 언니가 70년생, 이 노래는 93년도 5집 발표곡. 이 나이 쯤 되서 썼다고 해도 그런가보다 할텐데 스무세 살때 만들었다니. 대단하다. 나이가 먹는다는 것이 경험과 공감을 주긴 하지만 시간에 대한 통찰력을 주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 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에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간다

머물러있는 사랑인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에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뭔가 스스로 가진 한계라고 하는 거, 꼭 나이 때문만은 아닌 거 같습니다. 생활하다 보면 졸업하고 이십 대가 지나가고, 이십 대가 참 좋은 거 같아요. 제 느낌으로는 이 때까지 생각으로는. 기대도 크고 가능성도 있고 뭐 그래서, 이리저리 시도하다가 또 깨지기도 하고. 그래도 꾿꾿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뭐, 그럴 수 있지 뭐 이러면서 큰 실패를 보아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나이가 이십 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헌데 삼십 대쯤 되면 뭐 하나 정해놓고 그거 아둥바둥 잡고 있을 수 밖에 없죠. 그리고 뭐, 이십 대 때 가졌던 가능성도 많이 줄어들었고 답답해져서 뭐 그런 내용으로 부른 노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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