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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인가 구입했던 아이폰5를 잘 쓰다가 액정 박살, 침수, 터치 먹통, 전원 버튼 고장, 카메라 초첨 안맞음 등 다양한 사건 사고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럭저럭 제 몫을 해주었지만 최근에 한 번 더 액정 박살로 인해서 사진기로 전락하였다. 터치 먹통으로 인해서 갤럭시3를 세컨 폰으로 가지고 왔는데 필리핀에서는 유심이 읽히지 않아서 아이폰과 번갈아가며 썼는데 참으로 불편하였다. 다행히 호주에 와서는 유심이 잘 읽히는 바람에 갤럭시를 쓰고 있는데 그 크기며 내구성이며 참으로 편리하구나 싶어서 최대한 오래 쓰고 싶었지만 LTE 유심을 써도 3G로 잡고 GPS도 영 시원치않아서 내일 모레부터 출근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신랑의 적극적인 권유로 샤오미 홍미노트3를 구매하게 되었다. 내일이 발렌타인 데이라서 선물 주는거냐고 의도를 담아서 물어봐도 반응이 뜨뜻미지근. 


프로모 코드는 따로 없지만 지금 할인 중이니 혹시나 샤오미를 계획하고 계신 분이라면 아래 링크로 


http://www.gearbest.com/cell-phones/pp_269051.html


국가 설정은 오스트레일리아로 바꿨는데 호주 달러 바꾸는 걸 까먹어서 미국 달러로 결제했다 T_T 미국 달러에서 호주 달러로 변환하는 금액이 다소 붙겠지만 지금 환율로는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듯이 아주 조금 싸게 구입할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가성비 최고라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끔 테스트라고 믿고 싶지만 누가 쓰던 폰이 오는 경우도 있고, 불량이 오면 중국으로는 반품도 어렵다고해서 무난한 아이가 오기를 바라야하는 상황이다. 후기는 다음 편으로. 


이제 집은 두 사람이 살기 적당한 공간으로 탈바꿈 했다. 침대도 있고 가구며 그릇이며 여행 가방에서 나온 것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다음 주 월요일엔 인턴 형식으로 출근 하기로 했다. 시티에 나가서 관광이나 좀 해볼까 했는데 트레인 정기 점검 덕분에 리플레이스먼트 버스를 타고 모의 출근을 해보기도 했다. 쉐프인 신랑 친구도 만나고 쇼핑 센터에 앉아있다 보니 월요일에 같이 일하게 될 사장과 동료도 얼결에 인사하게 되었다.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내 기억력은 과연 아직 쓸만할 것인지, 영어는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도 들지만 첫번 째는 역시 내가 과연 그 일을 좋아하게 될까? 하는 생각이다. 빵을 만들고 부엌 안에 있다는 건 어떤 세계일지. 


2월에 태어난 Y의 생일을 며칠 늦게 축하하다가 올 여름 논문을 마무리한다며 근황을 주고 받았다. 작은 빵집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내 이야기에 크게 기뻐해주며 줄곧 이야기해오던 일이 이루어지다니, 시작이 반이니까 정말로 대단하다고 응원한다고 해주었다. 마음이 찡했다. 언제나 칭찬은 진심이라고 말했던 Y의 진심어린 축하에 갑자기 나는 꿈을 향해 가는 사람 비슷한 게 된 기분이었다. 음식을 만들면서 작은 내 가게를 하는 게 내 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맞으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지금까지 내 손으로 돈을 벌어 생활해온 습관이 몸에 베어서이기도 하고 실망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큰 확신은 많은 변명을 필요로 하고 큰 기대는 그만큼 깊게 실망하기 때문이다. 실망하지 않기 위해 무감해지는 건 이제 노력하지 않아도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한편으로 계속 나 이대로 괜찮은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환희나 절망이 없이 지속되는 평온한 날들.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내게 주어진 환경이 얼마나 감사할 일 투성인지 잊지 않아야한다는 건데, 그걸 종종 까먹는 것 같다. Y와의 짧은 대화가 그걸 알려주었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2막이나 3막을 시작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기라는 생각을 해보면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로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구나. 


계속해서 오늘 다 못한 일, 내일 해야할 일을 생각하며 그것들을 지워나가고 또 새로운 일을 일상에 추가하는 일상. 내일은 성당에 가고 결혼 사진을 꼭 마무리해서 메일을 보내서 앞으로 한달 뒤엔 결혼 사진 앨범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지. 겨울이 추워질텐데 난방 텐트하고 온수 매트를 사야할지도 고민 해야하고 밑반찬을 만들어서 밥을 먹어 버릇해야할까? 그러면 반찬을 담을 통들이 필요하구나. 


그 모든 것보다 마음의 문제. 잘 다스리고 잘 말하고 잘 기억해야지. 일을 잘하고 해결하는 것 말고 그 과정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쁜 건 아닌데 우리 마음이 모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적이 있을 땐 똘똘 뭉치는데 둘이 있을 땐 서로가 적이 되는 거 같다. 이 정도 반복되고 이 정도 서운하고 이 정도만큼 즐겁자고 대부분의 무감한 게 평생의 삶일지도 모르는데 벌써 마음이 모나지면 안되지. 둘 다 무난하다 못해 무감해진걸까? 발렌타인 데이가 내일인 걸 둘 다 몰라서 그런 거 맞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