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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만 해도 머리색이 밝다고 지적 당해서 검정색으로 염색을 했었는데 어느 날부터 머리가 왜 이리 새카맣지 할만큼 까매졌다. 까만 머리보다 원래 내 머리 색이 나한테는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은데 왜 변한걸까 하고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염색 하기도 귀찮고 머리도 상해서 결혼 이후 싹뚝 자른 머리를 얌전히 기르는 중이었다. 한참 못생김 존을 지나서 쑥쑥 자라서 어느 덧 어깨를 스치는 머리들을 보니 어라? 다시 머리 색이 변했다. 꼼꼼하게 생각해보니 그 이유는 햇빛이었다. 햇빛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머리가 탈색이 되는 모양이다. 엄마는 나의 파란 눈과 갈색 머리카락을 좋아했는데 엄마가 좋아하던 시절의 내 모습이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고 엄마가 보고싶다.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고. 어릴 때 나가 놀고 밖에서 부지런히 뛰어놀고 걸어다니던 건강하고 행복한 시절의 머리 색으로 돌아왔다. 단순히 머리 색 때문이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보통은 좋아지지 않는 것들이 훨씬 많은데 무언가 회복될 수도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러고보니 최근 몇 년은 자유롭게 지내긴 했지만 크게 행복하진 않았던 거 같다. 한 차례 명현 현상 같이 알러지가 지나가고 피부도 좋아지고 머리 색도 변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내 안에 무언가도 달라지고 있다는 걸까? 더 좋은 방향과 모습으로 살아야지.

+ 회복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자니 단정한 손톱과 가지런한 치아를 가진 내 동생이 보고싶어졌다. 동생의 몸 구석 구석, 세포 끝까지 대한 기억력을 총 동원해서 올 봄에는 휠체어 없이 걸어서 올림픽 공원도 가고 율동 공원에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 봄이 아니라 올 가을이라도. 회복이 된다고 믿고 싶다, 모든 게 언제나 나빠지는 건 아니라고.

+ 바다에서 열심히 놀다 와서 그런지 그때는 잘 몰랐는데 너무, 무척 많이 바다에 가고 싶다. 여름 바다 만세! 이제는 내가 원하는 나이스 바디 아니어도 비키니 입는 거 정도는 개의치 않게 되었다. 그럴 수 있다면 좋지만 그런 거까지 신경쓰기엔 정말로 바라야할 게 너무 많아.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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