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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일기

아내, wife, 단나

김곰곰 2012. 2. 25. 15:15
 언젠가 결혼을 하면, 그래서 한 사람의 아내가 된다면 나는 그 날로 부터 한 달 이내에 일을 그만두고 집에 있어 싶다. 딱 일년만 그렇게 지내고 싶다. 하루 종일 남편을 기다리면서 가슴 떨리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누군가와 함께 잠을 자는 일엔 서툴기 때문에 아마도 잠도 설칠거다. 그래도 남편이 나가는 데 나가는 줄도 모르고 잠을 자고 있는 아내는 되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일찍 일어나서 남편 옷을 챙겨주고 잘 다녀오라고 문 닫는 순간, 책도 읽고 주부 취향의 드라마도 보고 쇼 프로도 보다가 낮잠을 잔다. 그리고 느즈막히 일어나 시장을 보고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놓고 기다린다. 아니면 남편이 일하는 곳으로 가서 함께 돌아온다. 하루 종일 보고 싶었고 커피가 마시고 싶었으니까 사달라고 졸라서 마시면서 손을 잡고(이 때의 포인트는 최대한 귀여운 아줌마처럼 보이는 것. 애인으로 보이면 안된다!) 대중교통으로 집에 돌아오는 것이다. 자전거도 좋고. 베란다가 있고 부엌이 있고 창문을 열면 나무가 보이고 한적한 동네지만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24시간 맥도날드가 있으면 좋겠다. 도서관이 가까이에 있으면 더 좋다. 남편을 기다리면서 매일매일 책을 읽고 글도 쓰고 요리도 한다. 꼭 하고 싶어. 정말 그렇게 할꺼야. 남편이랑은 처음으로 같이 사는 거니까, 1년 정도는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할꺼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남편 기다리는 일과 함께 지금까지 생각만 하고 해보지 못한 일을 매일 조금씩 구체적으로 한다. 가령 예를들면 매일 요리를 하고 뜨개질도 하고 바느질을 해서 실제로 뭔가도 만들어내고 주제를 가지고 글도 열심히 쓴다. 번역도 하고 뭐가 됐든 지금은 간헐적으로 하는 일을 일로 바꿔본다. 이런 나를 집에서 논다, 고 생각하지 않고 그걸 기쁘게 생각해주는 남편이었으면 좋겠다. 가령 내가 경제학을 대학교 4학년 때에 이어서 1독을 끝냈다면 그래서 9시 뉴스 시간에 유가 상승으로 인해 왜 물가가 오르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면 맞았다고 우리 자기는 똑똑하네,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남편이면 좋겠다. 나만큼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남편, 많이 사랑해줘야지. 내가 글을 쓰면 읽어보라고 주지 않아도 우리 부인이 뭘 썼는지 궁금해서 매일매일 다 썼으면 얼른 보여달라고 하는 남편이면 좋겠다. 정작 어떤 아내가 되고 싶은지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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