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유 같은 건 없었어요.
어느 날 집을 떠날 때, 그건 그냥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지듯 자연스러운 거였어요. 세탁소 앞을 지나갈 때 다림질 냄새를 맡거나 두꺼운 겨울코트들을 뒤집어 햇볕에 말리는 풍경을 보면 집 생각이 나요. 설거지가 끝난 부엌, 이제 막 닦은 마루, 물로 씻어낸 현관 바닥, 신선한 구두약 냄새가 나는 신발장, 바짝 마른 빨래들, 방금 갈아낸 날이 선 부엌칼, 삶아낸 행주와 걸레들, 익숙한 청소기, 목욕탕 타일의 촉감, 서랍 속의 새하얀 속옷들, 양념이 가득 담긴 투명한 그릇들, 딸아이의 운동화, 아들아이의 자전거, 아이들의 살냄새와 피부의 부드러움, 콧등을 찡그리고 웃는 표정과 웃음소리... 먼 곳에 오면 산다는 것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죠. 때론 삶의 굴욕과 침묵과 시간이 비스킷처럼 부서지던 그 사소..
책 : 위로
2012. 2. 25. 01:36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링크
- Days for Tripper
- I LOVE THAT!
- Old Document
- 녹차와 양갱의 나날
- COSMIC GIRL
- 맹물다방 maengmul.com
- 삐삐
- Chez moi
- Yujin's Organic Food Table (Th…
- 빈꿈 EMPTYDREAM
- 심심책방
- 소소한 테이블
- Francophile ou Francophobe ?
- Lifelog of YJ
- you may have it? - fashion blo…
- 하쿠나마타타
- 유년기의 끝
- 윤화비의 우유같은 다락방
- 케이의 일본생활
- 토종감자 수입오이의 세계여행
- 언젠간 먹고 말거야
- 보심 - 독서와 여행의 수첩
- k a f k a p h o t o . c o m
- 방콕댁 먹고 노는 이야기
- 사진과 이야기 :: 사진과 이야기
TAG
- 아빠
- 천명관
- 창비
- 행복
- 결혼
- 일
- 김애란
- 사랑
- 경험
- 시간
- 요시모토 바나나
- 무라카미 하루키
- 여름
- 신랑
- 태그를 입력해 주세요.
- 위로
- 김연수
- 친구
- 책
- 마음산책
- 박완서
- 문학과지성사
- 삶
- 엄마
- 가을
- 신경숙
- 모던패밀리
- 문학동네
- 나츠메 소세키
- 여행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