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방비상태로 아버지의 몸과 그토록 오래 접촉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혜성은 좀 당황했다. 왜, 그 커다랗고 두툼한 손을 홱 뿌리치고 도망가고 싶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 혜성에게 열 살부터 스무 살까지의 시간은, 요란하게 윙윙거리는 자동차 엔진룸 속에서 고요히 닳아가는 타이밍벨트 같은 것이었다. - - 감사하다고 깍듯이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게 누구든, 어떤 종교의 신이든, 고맙다는 말만은 진심이었다. - 누나의 전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혜성의 경우는 좀더 복잡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설명하지 못할 짜증이 솟구쳐오르는 동시에, 그 짜증스러운 감정에 대하여 본능적인 죄책감이 밀려들곤 했다. - 그녀는 바닥에 스르르 주저앉았다. 두 발목만으로는 몸과 정신을 지탱할 수가 없었다. - 덕분에 ..
무방비상태로 아버지의 몸과 그토록 오래 접촉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혜성은 좀 당황했다. 왜, 그 커다랗고 두툼한 손을 홱 뿌리치고 도망가고 싶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 혜성에게 열 살부터 스무 살까지의 시간은, 요란하게 윙윙거리는 자동차 엔진룸 속에서 고요히 닳아가는 타이밍벨트 같은 것이었다. - - 감사하다고 깍듯이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게 누구든, 어떤 종교의 신이든, 고맙다는 말만은 진심이었다. - 누나의 전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혜성의 경우는 좀더 복잡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설명하지 못할 짜증이 솟구쳐오르는 동시에, 그 짜증스러운 감정에 대하여 본능적인 죄책감이 밀려들곤 했다. - 그녀는 바닥에 스르르 주저앉았다. 두 발목만으로는 몸과 정신을 지탱할 수가 없었다. - 덕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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