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작가니까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문장을 구사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잖아요. 우리가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당신은 내가 문법적으로 얼마나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지적하곤 했죠. 그럴 때마다 나는 당신에 비해 내가 너무 보잘것없는 인간이라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러니 당신이 읽을 편지를 쓰는 내 기분이 어떻겠어요? 토마스, 지금 새삼스럽게 옛날 일을 들추어서 당신을 비난하려는 건 아니에요. 다만 그럴 때마다 당신이 나에게 조금 더 너그러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당신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우리는 언제나 부족한 존재잖아요. -유쾌한 하녀 마리사, 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 문학동네.
목욕을 하고 난 뒤, 그가 살이 찌기 전에 입었던 옷을 꺼내 입히자 다행히 딱 들어맞았다. 오래된 옷에선 좀약 냄새가 났으며 색깔이 바래 옛날 사진을 보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남편은 옛날 옷이 낯설고 어색한 듯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꼼꼼히 비춰보았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숙인 채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아파진 나는 남편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가만히 끌어안았다. 그는 무너지듯 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어린애처럼 큰 소리를 내며 울었다. 나는 주먹만한 눈물을 흘리며 엉엉 우는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시간이 흘러갔다. 그 동안 우리는 조금씩 빚을 갚아나갔고, 마침내 오빠의 빚을 마지막으로 모든 빚을 다 갚게 되었다. 오빠는 가게에 스쿠버 장비를 들여놨지만 생각만큼 잘 팔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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