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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욕을 하고 난 뒤, 그가 살이 찌기 전에 입었던 옷을 꺼내 입히자 다행히 딱 들어맞았다. 오래된 옷에선 좀약 냄새가 났으며 색깔이 바래 옛날 사진을 보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남편은 옛날 옷이 낯설고 어색한 듯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꼼꼼히 비춰보았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숙인 채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아파진 나는 남편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가만히 끌어안았다. 그는 무너지듯 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어린애처럼 큰 소리를 내며 울었다. 나는 주먹만한 눈물을 흘리며 엉엉 우는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시간이 흘러갔다. 그 동안 우리는 조금씩 빚을 갚아나갔고, 마침내 오빠의 빚을 마지막으로 모든 빚을 다 갚게 되었다. 오빠는 가게에 스쿠버 장비를 들여놨지만 생각만큼 잘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벌써 스쿠버다이빙에 싫증이 난 모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쇼핑센터에서 계속 일을 했다. 전후반에 연장전까지 다 뛰고 난 축구선수처럼 늘 지쳐 있었고 얼굴엔 주름과 기미가 늘어갔다. 아이를 돌 볼 시간이 거의 없어 항상 불안하고 미안한 심정이었다. 뭔가 엉터리로 사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아이는 쑥쑥 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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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하녀 마리사, 프랭크와 나. 천명관.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