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아니라면 픽션
그 즈음 나는 조울증에 시달렸다. 아주 사소한 일에 희망과 절망을 번갈아 오르내렸다. (중략) 즐거워하되 음란하지 말며 슬프되 상심에 이러지 말자 오줌이 묻은 양철 집게를 들고 서서 나는 웃었다. 한참 동안 웃었다. 웃음을 그치고 담배꽁초를 줍는데 다시 배시시 웃음이 터졌다. '이러지 말자' 가 아니라 '이르지 말자'라고 해야 옳았기 때문이었다. 자꾸만 내 머릿속으로는 공자님이 이른 아침 왜 가야만 하는지도 모르고 가야만 하는 부대 화장실에서 집게로 담배꽁초를 줍는 내 소매를 붙잡고 '김 일병, 이러지 말자. 우리 아무리 슬프되 상심에 이러지 말자'라고 애원하는 광경이 떠올랐다. 알겠습니다, 공자님. 잘 알겠습니다. - 청춘의 문장들, 제발 이러지 말고 잘 살아보자,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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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 2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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