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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한 걸음 앞으로 내딛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결국 사람이라는 걸 우리모두 알지만 일 하는 과정, 순간마다 그걸 기억해내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을 쓰는 친구에게도, 이 다음에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도 좋은 첫 걸음이 되었으면 :)
+ 책은 내게 정말 사람의 고마움을 많이 알게 해주는, 꿈에 다가가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도구다. 책 좋아하는 아르바이트생이었을 뿐인 나를 일하게 해주었고 책 좋아해서 책을 만들고 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사람들 틈 바구니 속에 내 이름 석자를 기억하게 해주었으니까 말이다.
교보에 있던 3년은 매일매일 모든 출판사에서 나오는 모든 신간을 받아보았고 알게된 사람들을 통해서 그 어려운 알음알음의 세계에 들어가 3권이나 번역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그 사이사이 제안도 하고 기획도 하고 검토도 하고 윤문도 하고. 북잼에 와서는 책을 매개로 하지만 포지션을 바꿔서 기획이나 더 넓은 걸 생각해내기도 하고. 기획자, 라는 타이틀은 내게 역시 너무 무겁고 아직은 어울리지 않는 옷인 것 같아서 사실 매일이 힘들었다 괜찮았다를 반복한다. 하지만 모름지기 기획이나 전략가라면 하는 무거운 이미지는 버리고 나는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더 좋은 어른으로 살아가는 시간을 가져야지 하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최고의 강점은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고 읽는 끈기, 배우는 즐거움에 대해서는 할 수있다는 것. 읽은 책은 잘 잊어버리지 않고 어떤 영화나 장면이나 풍경을 보면 제법 비슷하게 그 책이나 표지라도 떠오른다. 그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더 많이 읽어야할텐데. 개인적으로는 책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제 모양을 갖추고 살아있는 그 흐름 모두를 들었고 보기도 했다. 다 해봤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난 꽤 적극적인 독자이며 생산자이며 판매자였다. 어디가서도 자랑하길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자신있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책읽는 것과 글쓰는 것 밖에 없어서 저 책 좋아해요, 했던 말들이 이어져 여기까지 왔다. 좋아하고 하고 싶다면 표현해야한다는 말은 정말로 동의한다. 언젠가는, 그리고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게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던 간에 그 순간은 진심이었으니까 나중에 무엇이 되어 있어도 이 순간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기를.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여기가 어딘가 하면 뭐 결국 아직 아무데도 아닌 살아가는 중간이지만.
아마도 빠른 속도로 추워지는 것 같으니 올해 면허를 따고 운전을 하고 여행을 가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올해는 회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서 이 책의 교정교열, 윤문을 열심히 보면서 그것이 책이라는 물질로 만들어져 나오는 새로운 경험을 열심히 또 해보자. 내가 가치있는 사람이 되어서, 내가 해온 경험의 총합으로, 그보다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는 한해를 맞이하도록 해야지. 더 좋은 사람이 되는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꾸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하는 이 작고 꾸준한 일들은 절대로 대단한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절대로 단 번에 뛰어넘을 수 있는 종류의 체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바꿀 수 없는 시간을 알알이 채워가는 삶을 살아가야지.
+ 다른 얘기지만 운전면허는 그러면 역시 봄에 따야겠다. 학생들 많은 때 피해서 면허따고 그러면 추워서 눈오기 전에 꽤 긴 시간 동안 바로 여행도 갈 수 있겠지.
+ 영어 문법 공부를 '정말' 정말 해야지. 그 선, 을 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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