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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걷기

오리들

김곰곰 2014. 7. 2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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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보문호. 20140718.


+ 심한 가뭄으로 인해서 보문호에 오리보트는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나 오래 비가 오지 않은걸까. 얼마나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으면 호수가 숲처럼, 너른 들처럼 변하는걸까. 생각보다 금방일지도 모르지만 매일 사람이 드나들었던 곳이고 누군가의 직장이었을텐데. 텅 비어버렸다. 그런 쓸쓸하고 기묘한 풍경을 해가 질 무렵에 본다는 건 아름답고 멋지지만 동시에 짠한 기분이 드는 일이었다. 누군가를 욕하거나 무언가를 싫어하지 않고 아, 멋있다, 아 너무 좋다 하면서 천천히 한 걸음씩 옮기는 여행. 그렇다, 지금까지 내게 주어진 것들이 어찌 그렇게 꼭 맞았던 것 처럼 좋은 것만 있었던건지. 그렇지 않은 게 세상에는 훨씬 많은데. 그런 것들을 가려낼 수 있는 눈과 귀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 여행이 내게는 맞는 방법이고 이 사람이 내게는 좋은 사람이다. 오랜 시간 아주 우스운 이야기부터 언제나 진지한 이루어지지 않을 이야기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걸음이 신중한 사람. 언제나 고마운 나의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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