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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일기

가족은 나의 힘

김곰곰 2015. 3. 10. 02:53







클레어 식의 사고방식이 나쁘고 필의 사고방식이 더 좋은 건 아니지만 둘이 다르고 그런 둘이 아이들을 키우기 떄문에 균형감을 가지고 지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은 필과 같은 유형이셨다. 클레어 같은 방식으로, 아이가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키우는 부모도 많을 것이다. 나 스스로도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부모인지 잘 모르겠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나 자신이 아이를 키울 때는 달라질까? 조금 더 이해하고 그 사람이 행복하길 응원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해보면 나는 꽤 많이 참는 사람이다. 그래서 언젠가 기도할 때,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종류의 불행이나 마음을 너무나 참지 않는 아이가 되길 바랐다. 호진이는 참을 성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다. 조금은 더 버텼으면 하는 마음과 견딜 수 없는 걸 견디지 않는 아이를 바랬는데 생각해보면 내게는 그런 면이 없다. 호진이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발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사이에서는 참을 때와 참지 않을 때를 구분할 줄 아는 아이가 나오겠지? 엄마를 존경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느끼고 아빠를 미워하고 동생을 가여워하는 삶의 방식으로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건 죄책감이었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만 가졌다, 나만 도망와있다 같은 생각에 빠져 나는 주인공 가족들을 내 인생의 슬픈 역할로 만들고 싶지 않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직장 생활이 오래될수록, 혼자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족과 더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엄마아빠철이를 보러 가는 것이 내 일주일, 한달에는 아주 중요한 일이 되었고 매일 오지 않는 시간이기 때문에 더 기억하고 싶고 소중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점, 나쁜 점 다 포함해서 곧잘 슬퍼지곤 했는데 이제는 슬퍼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정말 신기하고 무섭게 일을 하면 할수록 내게 아빠의 모습이 많다는 걸 느낀다. 꼭 같지는 않지만 아빠가 늘 말했던 것들, 아빠가 중시하는 가치들과 행동이 내게 스며들어있다. 그래서인지, 회사에서 아빠같은 상사를 만났다면 난 정말로 아빠를 좋아했을 것 같다. 아는 것도 많고 그렇다고 말이 많지도 않지만 술을 한잔하면 아주 재미있어지고 들어갈 때와 나갈 때, 앞에 서야할 때와 지켜봐야할 때를 잘 아시는 것 같다. 과연 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빠가 해주는 많은 말과 예시들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생각없고 멍청하게 생활했을 것만은 분명하다. 아빠는 한 번 알게 된 사람과 아주 오랜 시간 알고 지내는 사람이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강하지만 알고 있는 것, 중요한 것에 천착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삶을 폄하하지 않고 없어도 우아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어릴 땐 그게 허세같고 그 백조같은 모습이 고맙기도 하다가 고생하는 엄마를 생각하면 속 빈 강정같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역시 고맙다. 온갖 순간 속에서 아빠는 그 균형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존경할만한 부분이다. 유머가 있어서 재미있는 사람이고 글도 잘쓰고 책도 많이 읽는다. 옷 입는 것도 즐기고 체구도, 얼굴도 어디가서 빠지지 않고 귀여운 안경도 골라쓰고 여행을 갈때면 가족을 위해서 그 나라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선물을 사다주는 사람이다. 엄마는 책임감이 강하고 헌신적이며 동시에 자기자신을 잘 아는 현명한 여자다. 아빠가 가지고 있는 철이 조금 없지만 귀여운 면모가 없는 건 아니고 그런 모든 걸 누렸던 여자이고, 그래서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해서 집중하느라 지금은 그 모든 것에 대한 것보다 삶을 사는 여자. 엄마는 발목까지 오는 길이의 바지를 좋아하고 단발 머리가 잘 어울리고 니트를 좋아하고 클래식하면서고 귀여운 걸 좋아하는 게 나랑 꼭 닮은 엄마. 알이 큰 안경도 잘 어울린다. 늘 마른 듯 한 몸에 뭘 입어도 잘 어울리고 늙을 수록, 이라고 쓰니까 갑자기 슬퍼지네. 나이가 들수록 더 멋이 생긴다. 아마도 태어나서 젊은 시절 내내 우아한 삶을 살았기 때문일 거다. 편안하게 자신이 지내는 방법을 잘 알고 대처하는 정말로 현명한 여자. 꽃도 좋아하고 뭐든 잘 버리지 못하고 추억에 약한 여자. 추억과 좋은 기억이 많은 여자. 타인을 험담하지 않고 좋은 면만 보고 믿고 진심으로 상대를 믿어주는 사람. 단 한번의 의심도 없이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 건 엄마가 나를 믿어주었고 언제나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을 면밀히 살피고 자신의 인생에 후회가 없도록, 아이러니 하지만 철이나 나, 아빠, 할머니에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여자. 내가 새로운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엄마가 말했다. 엄마 자신은 새로운 좋은 일을 하기엔 너무 늙어버렸지만 이렇게 엄마의 엄마, 아빠, 철이, 동네의 할머니들에게 봉사하며 편안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갈 것이니 앞으로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무엇이 되었든 사람의 가치를 깨우고 그 사람을 끌어올려줄 수 있는,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직업이 있어야만 자신의 삶의 가족 아닌 부분이 있는 건 아니다. 엄마에게는 직업이자 사명이 있는 것이다. 세상의 눈으로 가족 밖에 없는 헌신적이여서 가여운 여자로 엄마를 봐서는 안된다. 엄마는 토너처럼 바깥에서 힘든 우리의 마음을 닦아주어 집에서 안심할 수 있게 해주고 있고, 에센스처럼 평범한 삶에 사명감과 감사함을 깨달을 수 있게 늘 기도해준다. 생각해보면 우리 식구 모두 기초는 단단한데 자신을 꾸미고 더 화려하게 보이는 일련의 과정에는 둔한 것 같다. 그걸 안하는 게 되려 더 멋진 거라고 생각하는 정신승리 측면도 조금은 있는 거 같고. 어릴 때도 했던 생각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면 할수록 가족은 나에게 너무나 큰 힘이고 뿌리가 되는 것 같다. 내가 너무나 사랑할 수 있는 가족이 있어서 참 감사하다. 내가 만들게 될 새로운 가족도 부족한 면이 많겠지만 타인의 기준에 맞춰 스스로의 삶을 멸시하지 않고 스스로 삶의 격을 가지고 좋은 단어들로 삶을 생각하고 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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