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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위로

즐겁게 즐겁게, 기꺼이

김곰곰 2012. 1. 21. 23:02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재능은 경쟁도, 평가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아니다. 그저 '제 인생을 꽉 채우면서 산다' 라는 느낌과 확신이 어쩌면 재능의 전부일지도 모르다. 재능은 자기만족이며 이기적인 행복에 가깝다.

 

 

 

제목을 누가 뽑았는지 참 잘 뽑았다.

(심재경, 배윤영, 이승학, 강윤정 편집)

 

-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문이 열린다

- 내가 즐거우면 친구들도 행복해지지

그림이 나를 도와준 것 처럼

나는 그저 뭔가 만들어내고 싶을 뿐

- 완주에 오면 늘 여자 마음이 된다

- 뭐라도 재미있는 것을 해보자

-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

- 내 그림을 통해 작은 존중이라도 받고 싶었다

- 누군가를 위해 시작한 일이 세계를 행복하게 한다

- '폼 나게' 살려고 그린다

- 자꾸 말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그림이 모든 걸 해결해주었다. (중략) 에릭 클랩튼의 말처럼 늘 현재가 과거를 설명해준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사람들이 받아주니까 말이다. 몹시 고마운 일이다.

 

 

 

 

 

 

 기부를 한다고 해서 사람이 갑자기 거룩해지지는 않는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나중에 해도 된다. 기부를 착한 일이라기보다 적은 금액, 적은 노력으로 얻는 큰 기쁨이라 여기면 훨씬 마음이 편해진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나를 바꾸면 된다. 어디를 보고 어디에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세상은 180도 바뀐다.

 

 

 

 

 브라질의 전 대통령 룰라는 "젊은이들이 바라는 건 희망, 자존심, 일자리, 민주주의뿐입니다" 라고 말했다. 난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아니다. 그래서 룰라의 말 중에서 희망과 자존심만 좇는다.

 평소 난 그림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머리가 아파서 해결되는 일은 별로 없다. 팔이 아프고 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아파야 해결된다. 그래서 더 아파보려고 한다. 다행히 엉덩이 하나는 타고났다. 얼마든지 뭉개고 앉아서 그림, 그릴 수 있다.

 

 

 

 

 

 밤이 깊어가면 분위기는 불판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뭐든 잘될 것만 같았고 매일매일이 축제였다. 노래방에서 같은 노래를 불러도 매일 새로운 감정이 솟아났다. 2년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만의 홍대를 만끽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건 홍대 길바닥에 바움쿠헨처럼 쌓인 수다와 수영장만큼 들이켠 맥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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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음으로 그런 밤을 보내면서 열심히 한낮의 시간을 살면서, 이 마음으로 너를 사랑하고 싶다.

 

 

 

 

 

 

 

 

 

 

그래서 가난을 개인의 잘못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알게 된다.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일을 잘해도 가난해질 수 있다는 걸 말이다.

 가난을 가난한 사람 탓으로만 돌려서는 곤란하다. 어려운 환경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게 사회도 나서야 한다. 누구라도 언제든지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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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의 여지없이 확실한 마음과 행동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멋지겠지만 그게 그렇게 안될 때가 많은 걸 꽤 보고 자란 탓인지 그래서 마음이 이 모양으로 물러터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오늘 행복할 때 오늘 누군가 울고 있다. 내가 울고 있을 때 누군가 기쁨의 최고조에 올라있다. 가난이나 지각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도 그렇게 매정하게 말할 수 없어. 인생은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거니까.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벽은 두렵다. 두려우면 조심스러워지고 '망치지 않으려고' 밑그림을 그린다. 붓과 색을 쓸 때도 소심하게 찔끔거린다. 밑그림에서 조금이라도 빗나가기라도 하면 망쳤다며 지우고 고치고 난리가 난다. 하지만 그림에서 틀린 것은 없다. 그저 처음 생각했던 것에서 조금 달라질 뿐이다. 덧칠하고 지우고 새로 그리는 것보다 차라리 생각을 바꾸는 게 훨씬 낫다. 그러면 오히려 더 멋진 그림이 나올 수 있다.

 

 

 

 

 

 

 

 

 

 

 작은 도서관에 벽화를 그리고 싶다고 온 동네에 떠들었더니 기회가 찾아왔다. 완주군 도서관 담당자가 메일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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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을 하고 하고 또 하고. 법대에는 와버렸지 옷은 배우고 싶지, 미대에 발을 담군 친구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때 그린 그 몇 천장의 그림을 따라갈 수 없겠지 그럼 뭘할까. 역시 나는 글을 쓰자 글을 쓰는데 아 그럼 옷에 대해서 글을 쓰자. 그래, 에디터다. 하고 접점을 찾았다. 그렇게 3학년 휴학하기 전까지 패션지 에디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아마 치프급의 에디터였지 싶다. 무조건 주변에 말하고 다니라고 했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언제나 어디에서나 말하라고 말이다. 그때까지는 쑥스러웠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게,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되지 못했을 때 '실패'로 낙인 찍힐가봐. 전심전력으로 달렸는데도 안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언제나 한켠에 있었으니까. 안되면 안되고 나서 생각하면 될 것이고 그리고 창피하게 생각해야하는 건 열심히하고도 안된 게 아니라 떨어진 결과값이 부끄러우니까 열심히하지 말아서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떨어졌다고 도망갈 핑계를 두는 일인데 말이다. 그때 머리에 섬광이 쾅. 내가 교보에서 일 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말의 힘인 것 같다. 이 인연의 시작은 나의 혀 끝.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하고 누가 물어도 이야기했다. 번역대학원에 갈겁니다. 출판사나 서점이나 책 옆에서 일하고 싶어요. 그래서 말이지 계속 말하면 그렇게 된다는 거 맞는 것 같아.

 

 

 

 

 

 

 터닝포인트는 늘 과거형이다.

 

 

 

 매슬로가 말했던가, 욕구에는 단계가 있다고. 자아실현은 멋있다. 하지만 식욕 앞에서는 언제나 와르르 무너진다.

 

 

 

 

 

 

 

 

 바닷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면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다. 서슬에 놀라 깨어보면 냉커피 얼음은 이미 다 녹아 있었다.

 

 

 

 사실 통영에서의 하루는 무료했다. 무료하다고 나빴다는 건 결코 아니다. 깨끗한 생수처럼 밋밋했을 뿐이다. 심심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몰스킨에 일기를 쓰고 그림도 조금씩 그렸다.

 

 

 

 

 

 

 

 

 

 일러스트레이터는 의뢰를 받아 그림을 그리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내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려서는 돈을 받기 어렵다. 아무리 벽화를 그리고 싶어도 누군가 의뢰하지 않으면 그릴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먼저 나섰다.

 완주까지 내려가서 돈도 받지 않고 그림을 그렸을까.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었다. 완주는 늘 날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완주에 다녀오면 전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림으로 먹고살다 보니 돈보다 기분 문제일 때가 더 많았다.

 

 

 

 

 

 

 

 

 

 

 

 

 

꿈은 낭만하고는 거리가 멀다. 일상이 지옥이라면 꿈은 천국이라기보다 좀 덜 지겹고 덜 고통스러운 지옥에 가깝다. 꿈은 귀찮은 습관이다. 식스팩을 유지하려면 매일 단백질 파우더와 닭가슴살만 먹고 런닝머신에 올라야 하듯이.

 

 

 

 

 

 

 

 

 

 

 

 

 

 

 

 

 

 

 

 열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무척 다양하다. 여태까지 밀린 잠을 보상받으려는 듯 시체처럼 자는 사람도 있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에 절어서 낄낄거리는 아저씨도 있다. 가장 재미나는 건 역시 열락의 수다다. 함께 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잔잔하게 지식도 쌓게 된다.

 

 

 

 

 

 

 

 아이디어는 휘발성이 강하다. 딱 떠오를 때 붙잡아두지 않으면 금세 사라진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하다 보면 꽤 쏠쏠해진다. 그래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거르거나 무시하지 않고 일단 붙잡아둔다.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이 나오면 밑줄을 긋는다. 몰스킨 노트에도 옮겨 적고 생각이 떠오르면 그 밑에다 덧붙인다. 홍대에 바람을 쐬러 가거나 네팔, 뉴칼레도니아에 갈 때도 몰스킨과 만년필은 꼭 챙긴다.

 굳은 결심을 하고 모니터 앞에 앉는다고 작품이 바로 나오는 게 아니다.

 

 

 

 

 

 

 

 

 

 

 

 

 

 

 친해질수록 거리는 가까워진다. 익숙해질수록 작은 것들이 보인다.

 

 

 

 

 

 피카소의 말처럼 나는 보이는 걸 그리는 게 아니라, 생각하고 상상하는 걸 그리길 좋아한다. 마음에 비친 모습을 보여주는 걸 즐긴다.

 

굳이 물어보지 않더라도 답은 분명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가져야 할 미덕이 뭘까.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납기 준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양보다. 어차피 뜻대로 되지도 않는다. 그럴 때는 아예 먼저 한발 물러서면 자세라도 나온다. 그림은 바뀌어도 괜찮다. 하지만 자존심에 흠집이 나면 상처가 오래 간다. 많이 바뀌긴 했지만 난 여전히 A형이다. 전형적인 A형이다.

 

 

 

 

 

 

 

 

 

 

 

 키스를 하려고 인터넷을 뒤진다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쨌거나 그녀 입술에 내 입술을 갖다 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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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거우면 세상도 즐겁다, 밥장. 마음산책.

1/1 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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