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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시드니

160215 : 시간이 주는 것

김곰곰 2016. 2. 15. 23:42

오늘은 트라이얼로 일을 했다. 수요일부터는 테스트 기간이고 이 기간에는 상당히 적은 금액을 받는다. 못받고 트라이얼 한 사람도 있다는데 위로를 해야할지. 여기는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정직한 빵집 같은데 사장이 넣어주는 연금을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볼 것. 그리고 풀 타임인지 캐주얼인지 파트 타임인지, 시급은 얼만지 확실히 얘기해야할 것 같다. 어쨌든 일을 한다는 건 나와 우리 가족의 생계가 걸린 일이니 여러 가지에 대해서 제대로 말하고 넘어거야지. 노는 게 사실은 천성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려움 없이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는데 일을 시작하자 마자 이 놈의 인정욕구, 일단은 일해보지 않겠냐고 첫 날에 제안 받은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중국인들과 함께 영어를 쓰면서 일하는 상황 자체가 나에게 외딴 섬 같은데 이 거리감이 나쁘지 않다. 어릴 때면 무슨 말 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함께 하고 싶기도 했을텐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 혼자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은 아니지만 시간에 맞춰 해야할 일을 하는 일. 몸을 움직이고 그 중에 손을 움직여서 다른 생각이라는 건 그다지 할 필요가 없는 일. 우선은 해보기로 한다. 빵을 워낙에 좋아하지만 이렇게 많은 빵에 오랜 시간 둘러쌓여 있는 건 처음인데 계란 비린내는 잊을 수 없을 거 같다. 구수하고 달큼한 빵 냄새와 오븐하고 사람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온도 냄새, 그리고 여기저기 쌓여가는 필링과 빈 그릇과 스페출러 같은 데 묻어서 베어나오는 계란 비린내. 그 냄새가 그 공간의 현실감을 더하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