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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시드니

160411 : 엄마의 생일

김곰곰 2016. 4. 11. 05:38

누구든, 한 사람이 세상에 와
육십년을 살아냈다는 것은 어쩧든 장한, 감사한 일입니다.
누구는, 제법 다른 세상살이가다르게 있겠지요만 
그래도 거기까지 살아냈다는 것은
누구도, 함부로 어지럽힐 수 없는엄숙한 뜻이 베어있어
하느님도 그윽히 내려 보십니다.
어떤 수저로끼니를 이어도 그것들 모두결국은 한 끼니, 한 끼니.
고리진 끼니들의 사슬에서
잘난 고리, 못난 고리는 없는 것.
이어지는 고리로 완성되는 사슬.
다만 거기에서 평화가 있을 뿐, 입니다. 라고 믿습니다
어떤 시인의 젊은 아내는 먼저 죽어
접시꽃으로 만든 날개를 받았는데
어떤 시인의 늙은 아내는 살아
가난한 한 끼를 즐겨 받습니다.          

-
아내의 회갑날 먹는 짬뽕


오늘은 엄마의 생일, 정확히는 육십번 째 생일이다. 내가 삼십이 넘고 결혼을 하고 나서 첫 해가 엄마, 아빠가 회갑이라는 걸 알고 문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요즘이야 회갑 잔치 같은 걸 하진 않지만 나 어릴 때만 해도 멀리사는 가족들이 모여 밥을 먹고 칠순 잔치는 크게 하고 사진을 찍었다. 늙은 얼굴로 곱게 한복을 입고 단장을 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그 사진의 주인공이었는데 우리 엄마, 아빠가 그 이미지 속의 나이가 됐다는 게 믿기 어려웠다. 동시에 양복과 짙은 화장이 어색하지 않고 가정과 아이가 있는 어른이라 말할 수 있는 아빠, 엄마와 같은 내가 되어가고 있다는 게 말할 수 없이 모든 게 멀리까지 와버린 기분이었다.
물론 지금 내 모습은 여전히 맨투맨에 컨버스 스니커즈를 신고 화장도 전혀 하지 않고 생각지도 못하게 엄마 아빠와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다. 내가 엄마의 딸로 할 수 있는 건 오늘 하루를 기쁘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 계속해서 엄마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힘을 내서 멀리까지 엄마, 아빠를 데리고 올 수 있을 때까지 행복할 것!

엄마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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