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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것과 스스로 알게 된 것을 충실히 더듬어서 가능한 한 진실만을 말할 생각이다. 나의 17년하고도 11개월의 인생에 대해. 인생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건 뭘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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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뜻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사람의 죽음을 건전지의 기능이 정지되는 것 정도로만 이해하던 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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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메노 할머니는 내가 다섯 살이 되기 조금 전에 목욕탕에서 넘어져 운명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는 옛날부터 이런 말을 자주 했다.

 "목욕탕 비누는 반드시 제자리에 둬야 한다."

 고작 비누 한 개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오래오래 슬프게 할 수 있다니. 슬픔은 비누로 씻어 낼 수도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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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시계와 진짜 시계의 바늘 위치가 딱 맞았는데도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으면, 음울한 색깔로 창을 물들이는 노을처럼 머릿속으로 묘한 생각이 파고들었다. 혹시 어머니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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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빙하기, 오기와라 히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