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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많은 악덕 중에서 가장 몹쓸 악덕은 나태이다. 이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내 나태는 어지간한 수준이다. 적어도 나태에 관해서 만큼은 나는 진짜다. 설마하니 그렇다고 자랑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이지 스스로도 한심하다. 이것이 나의 최대 결함이다. 분명 부끄러운 결점이다.


 


 


나는 사실 부끄럽다. 고뇌고 뭐고 없다. 왜 안 쓰나? 사실은 몸의 상태가 조금 안 좋아서,라고 궁지에 몰려서 눈을 내리깔고 애처롭게 고백하곤 하지만, 담배를 하루에 오십 개비 이상 태우고, 술은 마셨다 하면 보통 한 되 이상 쉽게 마시며, 그리고 나서 오차즈케를 세 공기나 쑤셔 넣는 그런 병자가 어디 있어. 언제까지고 이래서는 나는 도저히 가망 없는 인간이다. 그렇게 단정 짓는 것은 나로서도 괴롭지만, 더는 자신을 응석받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괴로움이니 고매라느니 순결이니 순수이니, 그런 말은 이제 듣고 싶지 않다. 쓰라고. 만담이든, 콩트든 상관없다. 쓰지 않는 것은 예외 없이 나태해서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맹신이다. 사람은 자기 이상의 일도 할 수 없고, 자기 이하의 일도 할 수 없다. 일하지 않는 자에게는 권리가 없다. 인간 실격,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심각한 얼굴로 책상머리에 앉지만, 막상 아무것도 안 한다. 턱을 괴고 멍하니 있다, 별반 심오한 일을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게으름뱅이의 공상만큼 우스꽝스럽고 터무니 없는 것은 없다.


 


 


[전쟁과 평화]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난 아직 쓸 수 없다. 그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절대로 쓸 수 없다. 마음만은 다다랐어도 그것을 계속 유지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슬프지 않다. 나는 오래 살 생각이다. 해 볼 작정이다. 이 각오도 겨우 섰다. 나는 문학을 좋아한다. 이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것을 놀려서는 안 된다.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순수를 추구하다가 질식하기보다는, 나는 탁해도 크고 싶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별것 아니다. 한마디로 말할 수 있다. 지기 싫은 것이다.
이 작품이 건강한지 건강하지 않은지, 그것은 독자가 결정해 주리라 생각하지만, 이 작품은 결코 엉터리가 아니다. 엉터리는커녕 나는 필사적이다. 이런 소설을 지금 발표하는 것은 나한테 불이익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른한 살은 서른한 살대로 이것저것 모험을 해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쟁과 평화를 난 아직 쓸 수 없다. 나는 앞으로도 여러모로 헤맬 것이다. 괴로워할 것이다. 파도는 거칠다. 그 점은 자만하지 않는다. 충분히 소심할 정도로 조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의 형식도 정서도 결국 서른한 살의 그것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자신을 가져야 한다.
서른한 살은 서른한 살처럼 쓰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다자이 오사무,


나태라는 트럼프,


나의 소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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