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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싫어. 밤이 되는 게 싫어. 엄마 아빠가 싸우는 소릴 듣는 게 싫어."

 검둥이는 가만히 누마다의 얼굴을 보고, 당혹스러운 듯 꼬리를 살포시 흔들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산다는 게 다 그렇습니다.)

 검둥이는 그 때, 대답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누마다는 당시의 일을 떠올리고, 검둥이가 분명히 소년인 그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아빤 엄마랑 따로따로 살자고 말씀하셨어. 난 어떡하지?"

 (어쩔 수 없습니다.)

 "아빠랑 살면 엄마한테 미안하고, 엄마랑 살면 아빠한테 미안한 느낌이 드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 산다는 게 다 그렇습니다.)

 검둥이는 그 무렵의 그에게는 슬픔의 이해자이고, 이야기를 들어 주는 단 하나의 살아 있는 존재이며, 그의 동반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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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 엔도 슈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