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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서점에서 일을 하며 가장 기쁜 순간은 역시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을 때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책 사이에서도 마음에 드는 책이나 작가나 아이템을 만나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힘이 솟는다. 목소리가 커지고 눈빛이 생기 있어진다. 열심히 상담을 하고 독자 마음 편집자 마음 책파는 사람 마음 다 담아서 이런 저런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책 잘만드는 출판사가 좋고 이상하게 거기에서 오는 분들은 참 사람도 좋다. 어린 마음이라고 쓰기도 머쓱한 나이가 되버렸지만 아직도 나는 일에서나 사람에게 순수한 것을 믿는다. 악의가 없이 그저 뭐랄까 두렵지만 매순간 내 마음같기를 바란달까. 비슷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느끼는 단순한 호감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비판보다는 쉽게 반하는 무른 타입이니 뭐 어쩔 수 없지. 가능성 밖에 없는 신규 출판사지만 책이 좋으면 일단 많이 팔아야 자금이 도니까 여러가지를 알려드린다. 이 다음엔 더 좋은 책이 나왔으면 한다.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자리잡음, 성장 같은 것을 지켜보는 건 신기한 경험이다. 이 일이 맞고 안맞고를 떠나 하는 일이 책을 파는 일이다보니 어떻게 해야 책이 팔릴지도 많이 보게 되는데 이건 바꿀 수 없는 경험, 그리고 여기서 일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갖지 못했을 시각일 것 같다. 
 조금 더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 사람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는데 아직까지 어딜가도 크게 사람 스트레스 받아본 적이 없어선지 나는 일이 조금 더 재미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김연수 선생님 말대로 공연히 공정해지지 말고 내 색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하다보면 어딘가로 치우치지 않을까. 좋아하는 거 관심있는 거 잔뜩 늘어놓고 책을 팔아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이것저것 다 하려다 이도저도 못하지 말고 조금 더 색을 가져보면 어떨까.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사는 곳도 옮겨보고 노래도 듣고 남자도 만나보고 여행도 가지만 역시 가장 크게 내 존재의 긍정과 위로를 받는 일은 책을 읽는 일이다.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읽었는데도 질리지 않고 아무리 강조해도 백해유익한 일 중에 하나가 아닐까 책읽기. 책을 읽는다는 일, 자체는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절대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냥 있는다고 읽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요즘 같이 빠른 세상에는 더더. 
 더 나이가 들면 이런 애매한 나이 타령을 덜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애착이 생긴다. 내가 한 일들에. 모든 경험이 소중하다고 느껴진다. 소중하다고 밖에 느낄 수 없어서 그런가. 그땐 힘들어도 그 일은 누구의 시간과 경험도 아니고 내게 남아있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모나지기도 한다. 이상한 고집이 생기기도 하고. 그걸 견딜 수 있는 사람들끼리 같이 마주 앉아 밥을 나눠먹으며 나이들수 있는거겠지. 


  
맺는 말은
'자신의 일에 연민을 갖는 남자가 시시할 리 없지.'
이지민, 청춘극한기.

여자도 다르지 않아.  

'우리 마미가 중요한 것은 soul을 갖는 일이라고 했어'
런, 뭐더라. 카네시로 카즈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