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무리 생각해도 내 젊음은 아름답지 않았어
가난이 질척거리는 길바닥 맨발의 슬픔으로
그대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
때로는 미농지처럼 바스락거리는 목숨으로
마른 꽃잎 한 장도 끼워 두었지
언제나 그대는 주소불명
편지는 반송되고
밤마다 허기진 불빛으로 돌아오는
남춘천 마지막 열차
나는 늑골을 적시는 겨울비에 진저리를 치면서
사랑을 예찬하는 모든 시인에게 침을 뱉았어
통금이 임박해 오는 목로주점
밤마다 흐린 백열전구 불빛에 흔들리며
차라리
자살한
어느 저음가수의 통속한 생애를 예찬했지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았어
인생은 지느러미를 잘리운 채로
어두운
바다 절망의 동굴 속을 헤엄치는 꿈
내 시간의 폴더에는
불러오기 파일이 손상되고
어느새 무서리 내리는 지천명
잠결에
듣는 바람소리에도 온 생애가 펄럭거리네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 젊은날을 회상하면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돌출하는 메시지
'당신의 인생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
이외수.
'책 : 위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연하게 웃고 있지만 그 안에는 저마다 슬픔이 있다. (0) | 2012.02.04 |
---|---|
이유. (0) | 2012.02.04 |
몸에서 나간 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0) | 2012.02.04 |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0) | 2012.02.04 |
손금 속에 각인되지 않은 채로 소멸한다 (0) | 2012.02.04 |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링크
- Days for Tripper
- I LOVE THAT!
- Old Document
- 녹차와 양갱의 나날
- COSMIC GIRL
- 맹물다방 maengmul.com
- 삐삐
- Chez moi
- Yujin's Organic Food Table (Th…
- 빈꿈 EMPTYDREAM
- 심심책방
- 소소한 테이블
- Francophile ou Francophobe ?
- Lifelog of YJ
- you may have it? - fashion blo…
- 하쿠나마타타
- 유년기의 끝
- 윤화비의 우유같은 다락방
- 케이의 일본생활
- 토종감자 수입오이의 세계여행
- 언젠간 먹고 말거야
- 보심 - 독서와 여행의 수첩
- k a f k a p h o t o . c o m
- 방콕댁 먹고 노는 이야기
- 사진과 이야기 :: 사진과 이야기
TAG
- 신랑
- 신경숙
- 삶
- 문학과지성사
- 엄마
- 친구
- 요시모토 바나나
- 아빠
- 김애란
- 사랑
- 무라카미 하루키
- 시간
- 박완서
- 김연수
- 문학동네
- 여름
- 여행
- 위로
- 천명관
- 일
- 경험
- 창비
- 나츠메 소세키
- 마음산책
- 행복
- 모던패밀리
- 책
- 결혼
- 가을
- 태그를 입력해 주세요.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글 보관함